‘코로나 보복심리’ 비싼 차 잘 팔렸다
2021년 02월 16일(화) 00:00
지난해 중대형·대형급 58만6748대 판매…전년대비 32.7% 급증
중형 이하는 9.1% 줄어…수입차 평균 금액도 전년비 1.8% 올라

제네시스 G80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해외여행을 비롯해 여가와 외부활동이 제한되면서 오히려 고가의 자동차 판매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생활에서 억눌린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보복심리’가 자동차 시장에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던 소형차와 중형차 판매는 줄어든 대신, 고가의 대형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판매가 크게 늘었고, 수입차 역시 전년에 비해 비싼 가격의 차량의 더 많이 팔렸던 것으로 분석됐다.

15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완성차 5개사가 국내에서 판매한 승용차는 전년 대비 6.2% 증가한 137만4715대로, 역대 내수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

차급별로 보면 중형 이하 차급 판매는 78만7967대로, 전년(86만6434대) 대비 9.1% 감소했다. 2015년(101만5651대)과 비교하면 22.4%나 감소한 수치다. 반면 중대형·대형급 판매는 58만6748대로, 2019년(42만7705대) 대비 32.7% 급증했다.

일반 세단 모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고가인 SUV 모델(전 차급)은 작년 총 61만5983대가 팔리며 15.3% 성장했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는 신형 G80을 비롯해 브랜드 첫 SUV 모델인 GV80 등을 잇달아 출시하면서 지난 한 해 총 10만8384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5만6801대) 대비 무려 90.8% 증가한 것이다.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고급차 구매가 늘어난 것과 같이 수입차 시장 역시 고가의 차량이 많이 팔리는 등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메르세데스-벤츠 E300 4매틱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의 집계에 따르면 작년 국내에 판매된 수입차는 전년 대비 12.3% 증가한 27만4859대였다.

수입차 차종별 금액을 고려한 추정 매출액은 20조2686억원으로 전년(17조7310억원) 대비 14.3% 증가했다. 판매 증가치보다 매출 증가치가 더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평균적으로 더 비싼 차량이 많이 팔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수입차 브랜드의 작년 대당 평균금액은 7374만원으로 전년(7244만원) 대비 1.8%(130만원) 상승했다.

특히 기존 하위 브랜드 구매자들이 눈높이를 높여 상위 브랜드로 진입하는 경향도 엿보였다.

입문형 수입차 브랜드인 폭스바겐의 경우 작년 판매는 1만7615대로 전년 대비 107.0% 증가했다. 매출 추정치는 90.7% 증가한 7989억원으로 브랜드 내 저가 차량의 판매 비중이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 관계자는 “배출가스 조작 파문으로 국내 판매가 사실상 중단됐던 폭스바겐이 작년부터 판매를 본격적으로 재개하자 국산차 구매를 고려하던 고객이 눈높이를 높여 수입차 시장의 문을 두드린 것으로 보인다”며 “넓고 쾌적한 실내 공간과 편의성 등이 중요한 구매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기존 보유 차량보다 차급을 상향해서 구매하거나 평소에 구매를 고려하지 않았던 수입차까지 구매 리스트에 포함한 소비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박기웅 기자 pboxer@·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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