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밭길 마다하지 않는 사람만이 꽃 피울 수 있다
2020년 12월 10일(목) 09:00
김병수 시인 ‘똥밭길 먼 …’
더럽다는 이미지의 가운데 하나가 똥이다. 이 같은 똥에 대한 더러움과 두려움은 다분히 부정적인 관점에서 연유한다. 그러나 똥밭길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만이 한 송이 꽃을 피울 수 있다.

전남지방우정청장을 역임한 김병수 시인이 펴낸 ‘똥밭길 먼 새벽을 걷는다’(지혜)는 삶의 여정에서 밟게 되는 똥을 두려워 말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지난 2020년 ‘계간문예’로 등단한 시인은 행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했으며 오랫동안 관료로 근무했다. 이번 시집은 일상에 뿌리를 둔 작품집으로 더러움의 대명사로 인식된 똥에 대한 성찰을 통해 ‘해인海印의 길-사랑의 길’을 펼쳐 보인다.

이번 시집은 다양한 사물이 등장한다. ‘깃대’, ‘내비’, ‘가시’, ‘담배꽁초’, ‘지하철’ 등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친숙한 소재를 그렸다. 그 가운데 압권은 역설적 의미를 투영한 ‘똥’이다.

“살면서/ 똥 밟는 서러움은/ 구린내가 아니다/ 똥 밟는 순간 누구나/ 세상의 똥이 되기 때문이다// 살면서/ 똥 밟지 않는 자 없다/ 한 번도 똥 밟지 않는 자는/ 산 자가 아니다/ 그야말로 세상의 진짜 똥이다// 살면서 똥 밟는 것 두려워마라/ 두려움은 세상 가장 구린 똥/ 꽃 붉게 피우려는 자/ 똥밭길 먼 새벽을 걷는다”

시인은 대상에만 집착하면 보지 못하는 본질에 집중한다. 보이는 것 이면에 드리워진 진실을 볼 것을 완곡한 어법으로 풀어낸다.

마치 ‘달을 가리키는 손을 보지 말고 달을 보라’는 의미로 다가온다. 보이는 것에 매여 진실을 왜곡하는 이들에 대한 비판이자, 그럼에도 진실을 보려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어린 시각이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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