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던지는 24가지 화두…식물을 보고 깨우치다
2020년 12월 04일(금) 14:50 가가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식물에게 배우는 네 글자
이선 지음
식물에게 배우는 네 글자
이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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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을 유인하고 꽃가루받이를 위해 가짜 꽃을 섞어 자신을 꾸미는 수국(위)과 700년전 아라가야시대를 거슬러 환생한 듯한 아라홍련의 자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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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비목비초’라 불렸던 대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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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열매를 맺을 수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진짜 꽃과 가짜 꽃으로 구분된다. 가짜 꽃은 생식기능이 없는 무성화, 중성화라고 한다. 진짜 꽃과 가짜 꽃이 피는 식물은 대개 진짜 꽃의 크기가 작아 곤충들 눈에 띄지 않는다. 그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진짜 꽃 옆에 이보다 큰 가짜 꽃을 피워 곤충을 유인한다.
저자는 진짜와 가짜를 뜻하는 사자성어로 ‘수상개화’(樹上開花)를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일화를 소개한다. 유비가 조조의 군대에 쫓길 때, 장비가 조조를 막기 위해 계책을 세웠다. 병사가 부족하지만 많이 보이게 하기 위해 말 꼬리에 나뭇가지를 매달고 달리게 했다. 자욱하게 먼지가 이는 모습에 수많은 병력이 있다고 착각한 조조의 군대는 꽁무니를 뺐다.
이는 가짜 꽃으로 곤충을 유인하고 꽃가루받이를 하는 전략과 유사하다. ‘가짜 꽃으로 승부를 보는 식물이 있는 데 수국과 불두화’가 대표적이다. 수국은 산수국의 가짜 꽃을, 불두화는 백당나무 가짜 꽃을 육종한 것이다. 그러나 꽃의 진짜와 가짜 구분은 의미가 없으며 열매와 상관없이 그 자체로 아름답다. 오히려 꽃은 ‘당신들 중 누가 진짜인가’라고 묻는다.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르는 전나무를 빗댄 도광양회(韜光養晦)도 흥미롭다. 숲의 그늘에서 햇빛을 받으며 말없이 힘을 키우는 전나무는 인내를 상징한다. 음지에서 견디는 내음력이 강한 나무다. 1992년 덩샤오핑의 외교노선은 도광양회였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힘을 기른다’는 뜻으로 미국과 대등하게 될 때까지 몸을 낮추며 국력을 배양한다는 의미다.
우리 사회에서도 내일을 위해 어둠 속에서 숨죽이며 때를 기다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코로나로 인한 실업과 경제난,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견디며 고독하고 치열한 시간을 견딘다. 저자는 “어서 이들 주변에 밝은 빛이 비쳐 전력 질주할 수 있기를, 그리하여 언젠가 그동안 감춰두었던 더 큰 빛으로 세상을 밝히기를 학수고대한다”고 말한다. <궁리·1만7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