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타, 균형발전 막고 광주·전남 쇠락 ‘결정타’
2020년 11월 30일(월) 00:00
예비타당성조사 전면 개혁돼야 <1> 10년간 극심한 차별
지난 21년간 대규모 재정 투입 사업 5분의 3이 수도권·영남권서 추진
인구·경제논리 아닌 낙후지역에 재정 집중하는 ‘신 불균형 정책’ 시급

광주 도시철도 2호선은 지난 2004년 8652억원의 사업비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으나 지역 내 갈등으로 인해 추진하지 못하고 2010년 1조7394억원의 사업비로 다시 예타 문턱을 넘었다. 광주도시철도 2호선 공사 현장.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광주일보가 1999년부터 2020년까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가 생긴 이래 21년간 국가의 대형 프로젝트들이 주로 어느 지역에 집중됐는지를 분석했다. 도로·철도 등 기반시설, 미래산업 및 연구개발시설, 지역숙원사업 등에 필요한 국가 예산이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쓰였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광역자치단체가 두 곳 이상이 연계된 초광역사업의 경우 관련 예산을 참여 자치단체 수로 나눠 배정했으며, 연구개발(R&D) 사업, 정부부처사업 등은 기타로 분류했다.

지난 21년간 정부 재정이 대규모로 투입되는 사업들 가운데 5분의 3 이상이 수도권과 영남권에서 추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및 영남권이 정부 재정으로 기반·편의·미래시설들을 신속하게 갖추면서 인구·경제 성장이 가능했으며, 국가 전반의 불균형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2016년 이전까지 예타 사업의 지역별 통계조차 작성하지 않을 정도로 균형발전에 무감각했다. 광주·전남은 김대중 정부에서 가장 많은 사업이 통과됐고, 문재인·노무현 정부에서도 일정 수준을 유지했으나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건수 및 예산이 급감했다. 10년간 ‘차별’이 지역의 쇠락과 직결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또 정책적·경제적 타당성을 사전에 검증·평가하는 취지로 도입된 예타 제도가 ‘정치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낙후지역에 정부 재정을 더 집중하는 ‘신 불균형 정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9일 기획재정부가 광주일보에 공개한 ‘1999~2020년 예타 및 예타면제사업’에 따르면 21년간 전국적으로 모두 618건(지역 중복 포함) 280조3231억원(억원 미만 삭제)의 사업이 예타를 통과하거나 면제됐다. 이 가운데 연구개발(R&D)사업, 정부부처 직접 사업 등에 해당하는 ‘기타’가 83건에 33조1633억원에 해당된다. 이는 연구개발 인프라가 집적돼 있는 충청권, 수도권에 주로 투입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타를 제외하고 광주, 전남, 전북 등 호남권에서는 21년간 104건 36조2543억이 통과됐다. 예산으로 따져보면 전체의 14.67%다. 이에 반해 수도권 142건 86조5914억원으로 35.04%, 영남권 175건 65조4966억원으로 26.50%를 차지했다. 대규모 사업 예산의 61.54%가 수도권과 영남권에 집중된 것이다. 충청권은 74건 34조6916억원(14.04%), 강원·제주권은 33건 24조1259억원(9.76%)였다.

광주·전남으로만 한정해서 살펴보면 70건(26조761억원)이 예타 문턱을 넘었다. 김대중 정부에서 광주 1건(3586억원), 전남 18건(9조8619억원) 등 19건 10조2205억원(23.56%)으로 최대치를 보였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광주 6건(2조5916억원), 전남 11건(3조8610억원) 등 17건 6조4526억원(11.68%), 문재인 정부 광주 2건(1조2581억원), 전남 9건(3조6768억원) 등 11건 4조9349억원(10.22%)으로 10%대를 유지했다.

문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2009~2017년)에서 정부 재정 지원을 받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급감했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광주 6건(2조5008억원), 전남 9건(9644억원) 등 15건 3조4652억원(5.68%)으로, 박근혜 정부에서는 이에 더해 광주 4건(6579억원), 전남 4건(3178억원) 등 11건 9757억원(2.51%)으로 쪼그라들었다.

정부 재정 투자가 수도권의 과도한 집중, 영남권의 경쟁력 향상 등에 기여한 반면 광주·전남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큰 격차를 보이면서 제 때 기반·편의·미래시설을 갖추지 못하면서 더 쇠락했다고 볼 수 있다.

충청권은 노무현 정부 23.85%, 문재인 정부 18.62%, 영남권은 이명박 정부 29.66%, 박근혜 정부 26.37%에서 최대의 재정 지원을 받았다.

박재영 광주전남연구원장은 “지금까지는 불균형 성장 전략에 따라 수도권과 영남권을 중심으로 정부 재정을 투입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호남권이 수도권, 영남권, 충청권 등에 비해 현저히 낙후돼 산업 소외, 과학기술 예산 투입 저조, 연구개발기관 전무 등 지역혁신 역량 부문에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며 “낙후지역을 우선하는 가칭 ‘신 불균형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제안했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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