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문학관, 향유·힐링·교육 어우러진 복합문화기관으로
2020년 11월 16일(월) 00:00
<12> 에필로그
문학과 생애 담은 전국 문학관 통해
창작·문화·관광·콘텐츠 아우를
광주문학관 발전 방향 모색해야

광명 기형도 문학관

문학관은 작가의 생애와 문학을 담고 있는 공간이다. 지역문화의 중심 내지는 문화예술관광의 축으로서 문학관의 역할은 자못 크다. 그러나 광주시는 세종시를 제외한 광역시 가운데 문학관이 없는 도시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문화수도라는 수사가 허허롭게 들리는 이유다. ‘문화도시 광주, 이제 문학관이다’ 기획시리즈는 전국의 문학관 취재를 통해 향후 건립될 광주문학관의 방향과 가능성을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와 연계해 조명해왔다.

시리즈에서 다뤘던 문학관은 모두 10군데였다. 먼저 프롤로그에서 타 시도 유명 문학관 사례를 중심으로 왜 광주문학관이 필요한지를 다뤘으며 이후 전국 문학관을 직접 취재해 그 결과를 기사화했다.

하동 박경리 문학관
처음 방문했던 곳은 대하소설 ‘토지’를 낳은 ‘박경리문학관’이었다. 이곳은 경남 하동군을 상징한다. 군은 문학관 개관에 앞서 지난 2001년 총 9529㎡ 부지에 ‘토지’의 최참판댁을 재현했다. 별당과 안채, 사랑채, 행랑채 등으로 이루어진 구조는 조선 양반가의 전형적인 가옥이다. 이어 2016년 5월 박경리문학관이 문을 열었다. 하동을 찾는 사람들은 이곳을 빼놓지 않을 만큼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행정기관의 관성적 사고를 탈피한 유연한 행정, 미래를 향한 비전, 주민들의 의지 등이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낳았다.

지난 2005년 충북 옥천 구 읍내에 개관한 정지용문학관에서는 ‘향수’의 시인 정지용을 만날 수 있다. 전시실에는 테마별로 시인의 문학을 가늠할 수 있는 자료가 비치돼 있다. 이곳에선 영상시화, 시낭송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바로 옆에는 시인의 생가가 있는데, 옥천군은 생가를 사들이기 위해 주민을 설득했다. 보상과 이주 등 지난한 과정이 있었지만 정지용을 대표 브랜드로 만들기 위한 대승적 차원이 맞물려 결실을 맺었다.

서울 도봉구 김수영 문학관
부산 요산 문학관
김수영문학관은 지난 2013년 서울시 도봉구 방학3동 문화센터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1층은 시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시와 평론 중심의 작품을 볼 수 있으며 특히 시인의 연보를 비롯해 한국전쟁, 4·19혁명, 5·16군사정변으로 이어지는 현대사의 주요 사건을 조망할 수 있다.

오장환문학관은 월북시인 문학관으로는 처음 개관했다. 2006년 충북 보은에 문을 연 이곳에선 가을이면 문학제가 열린다. 전국의 문인들과 문학동호인, 문학청년, 학생들이 찾을 정도로 명실상부한 전국 축제로 자리잡았다. 보은 회인이라는 한미한 지역이 오장환을 브랜드로 내세워 전국적인 명소가 된 것이다.

서울 종로구 청운수도가압장을 리모델링해 만든 탄생한 문학관도 있다. 지난 2012년 개관한 윤동주문학관. 느린 물살에 압력을 가해 세차게 흐르도록 견인하는 가압장은 윤동주의 시심과 상통한다. 문학관 관계자는 “세상에서 적당히 타협하고 뒤로 물러서는 우리에게 그의 시는 새롭게 시작하게 하는 일종의 자극을 준다”고 설명한다.

울산 오영수 문학관
요산문학관은 부산시 금정구 남산동에 2006년 들어섰다. 소설 ‘사하촌’과 ‘모래톱 이야기’의 작가 김정한의 삶과 작품 세계가 집약된 공간이다. 방문객들은 정원을 거닐며 요산이 꿈꿨던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을 가늠할 수 있다.

오영수문학관은, 울산 지역 출신 문인을 기리는 최초 문학관이다. 문학관 관계자는 오영수를 일컬어 ‘난’ 같은 작가라고 한다. 문학적 명성으로 명리를 좇거나 사사로운 이익에 자신의 문학적 혼을 팔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곳에는 가족 등이 기증한 유품 외에도 ‘갯마을’, ‘머루’ 등 문고판과 습작원고, 필기도구 작가의 체취가 묻은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서울 종로구 윤동주 문학관
젊은 나이에 요절한 기형도를 기리는 문학관은 광명 소하동에 있다. 문단선후배, 출판계, 유족, 광명시 등 각계의 애정과 관심이 모여 문학관을 개관할 수 있었다. 2017년 11월 건립됐으며 이후 2018년 3월 문학진흥법 기반 경기도 제1호 공립문학관으로 등록됐다.

2006년 개관한 최명희문학관은 대표작 ‘혼불’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한켠에 나선형으로 비치된 작품은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이색적인 느낌을 환기한다. 작가를 기리는 공간이라기보다 거주하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더욱이 전주의 명소 한옥마을에 자리하고 있어 관람객의 발길이 분주하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인천 개항장에 있는 한국근대문학관. 일제시대 창고건물을 리모델링해 지난 2013년 개관했다. 콘텐츠를 비롯해 외관 건물, 시설은 여느 문학관과는 다른 아우라를 발한다. 특히 개항장의 독특한 도시경관과 건축물은 문학관과 조화를 이루며, 관광객을 유인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문학관을 취재하며 내린 결론은, 문학관은 작가를 기리는 박제된 공간이 아니라는 점이다. 창작의 산실을 넘어 문화와 관광, 콘텐츠가 조화롭게 꽃을 피우는 복합문화기관이 바로 문학관이다.

전주 최명희 문학관
지난해 12월 문학관 관련 최종계획이 확정되면서 광주에서도 조만만 문학관 착공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개관할 문학관은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펼쳐지는 향유 공간뿐 아니라 힐링과 쉼의 공간, 나아가 문화예술교육이 이뤄지는 복합문화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했으면 한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