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마케팅·외모·이미지·연기력·가창력·예능감… 핵심은 ‘실력’
2020년 10월 27일(화) 10:00
배국남의 대중문화 X파일 - 누가 지속 가능한 스타 되나

방탄소년단

여론조사기관 한국 갤럽이 매년 한 차례 실시하는 ‘올해를 빛낸 예능 방송인/코미디언’의 2007년부터 2019년까지 13회 조사에서 2010년 강호동, 2011년 김병만, 2회를 제외하고 유재석이 11회 1위를 차지했다. 유재석은 독보적 예능 스타다.

문화 잡지 쿨투라가 한국 영화 100주년을 맞은 2019년 평론가, 대학교수, 영화감독, 기자 등 100명의 전문가 투표로 선정한 ‘21세기 최고 남녀 배우’는 송강호와 전도연이다. 송강호와 전도연은 스크린에서 가장 빛나는 스타다.

1962년 데뷔 이후 50여 년 배우 생활을 하면서 영혼을 보여주는 연기로 수많은 시청자에게 무한 감동을 안기며 드라마 캐릭터의 외연을 확장한 김혜자와 ‘첫사랑’ ‘질투’ ‘아들과 딸’ ‘태조 왕건’ 등 50~60%대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을 통해 한국 드라마의 질적 도약을 주도한 최수종은 국민적 사랑을 받는 드라마 스타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50주년이던 1998년 시행한 KBS의 ‘20세기 한국 최고 가수’, MBC의 ‘정부 수립 50년 최고의 스타 가수’ 등 언론사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조용필과 8월 21일 출시한 신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빌보드 싱글 차트 ‘핫 100’(9월 5일 자) 1위를 차지하며 두 개의 빌보드 메인 차트를 석권한 방탄소년단은 한국 대중음악사를 새로 쓴 스타다.

유재석
스타는 일반적으로 인기가 높은 배우나 가수, 코미디언·예능인을 일컫는다. 연예인 중에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일반 대중에 대한 소구력이 높아 일정 정도의 흥행 파워를 가지고 있고 전문성, 인기, 팬덤 등으로 상징적 가치를 생산함으로써 자본축적과 계급 질서에 기여하며 대중문화에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을 스타로 명명한다.

인기도와 팬덤, 흥행 파워, 이미지 등이 일정 수준에 오른 연예인이 스타다. 수많은 연예인과 연예계 지망생이 대중의 사랑을 받는 스타가 되고 싶어 하지만, 스타 반열에 오르는 것은 지난한 일이다.

미국 할리우드에서 12년 동안 2만 명의 단역 배우 중 스타 대열에 합류한 사람은 12명에 불과할 정도로 스타덤에 오르는 것은 매우 어렵다. 연예인 지망생이 수십만 명에 달하고 SM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연예 기획사의 7000 대 1 오디션 경쟁률을 뚫은 연습생의 절반 이상이 연예계 데뷔조차 못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스타가 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스타가 될까.

‘스타’의 저자 에드가 모랭은 스타의 자질로 소질, 미모와 젊음, 대담함, 행운을 꼽았다. 예능 PD 출신의 주철환 아주대 교수는 스타가 되기 위해 재능(대중의 눈을 끌 수 있는 용모와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언어와 태도), 의욕(자신이 목표로 하는 세계에 접근하기 위한 정보 획득 욕구)과 열정, 운(행운이나 운명), 엄정한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JYP 엔터테인먼트의 수장 박진영은 “스타가 되려면 끼와 열정, 개성, 실력과 함께 인성이 매우 중요하다. 겸손하고 성실해야 스타가 될 수 있다”라고 역설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연예인 74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연예인들이 스타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개인의 노력(52.4%)이고 다음은 연고와 인간관계(46.4%), 타고난 자질(40.1%), 경제적 능력(28.1%), 대형 기획사 소속 여부(22.9%), 교육 수혜(5.1%) 순이었다.

정우성
스타 탄생은 대중문화 상품 성공의 결과물인 경우가 많다. ‘강남 스타일’의 지구촌 신드롬과 ‘Kill This Love’ ‘How You Like That’의 글로벌 인기는 싸이와 블랙핑크를 월드 스타로 부상시켰다. 드라마 ‘겨울연가’의 국내외 높은 인기는 배용준과 최지우를 톱스타로 만들었고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세계적 열기는 송혜교와 송중기를 최고 한류스타 자리에 올려놨다.

‘1박 2일’ ‘야심만만’ ‘신서유기’의 많은 관심은 강호동을 부동의 예능 스타로 자리 잡게 했고 ‘전지적 참견 시점’ ‘밥블레스유’ ‘신상출시 편스토랑’의 높은 시청률은 이영자를 경쟁력 강한 예능 스타로 격상시켰다.

단 하나의 대중문화 상품 흥행 성공으로 인기 연예인 반열에 올랐다가 스타 자리를 유지하지 못하고 이내 추락하는 단명 연예인도 부지기수다. 스타라는 화려한 왕관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일회용 스타로 전락한다.

스타가 되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인 인기와 흥행 파워를 유지해주는 것은 연기력과 캐릭터 창출력, 가창력과 퍼포먼스, 예능감과 진행 실력 등 활동 분야의 실력, 대중이 욕망하거나 선호하는 이미지, 사생활 관리와 선한 영향력, 연예 기획사 마케팅, 외모 등이다.

연기력이 부족하지만, 대중이 선호하는 이미지나 빼어난 외모로 스타 지위를 유지하는 배우가 있고 가창력과 퍼포먼스 능력이 떨어지지만, 연예 기획사의 막강한 마케팅으로 음반의 흥행을 이끌어 스타가 되는 가수가 있다.

김혜자
막강한 홍보 마케팅과 매력적인 이미지, 빼어난 외모로 스타가 될 수 있지만,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진정한 스타 명성을 구축할 수 없다. 스타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활동 분야의 실력이다.

연기하는 캐릭터가 현실에서 살아 숨 쉬고 있을 것 같다는 믿음과 사실감을 작품마다 선사하며 진정성을 전하는 전도연과 작품 자체의 성격이나 느낌을 규정하는 탁월한 연기력과 캐릭터 창출력을 내장한 송강호를 비롯해 이순재 나문희 김해숙 한석규 김명민 이병헌 하정우 등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연기력으로 대중의 열광을 촉발하며 스타 반열에 오른 배우들이다.

견고한 음감과 노래에 맛을 부여하는 천부적인 감각, 중저음에서 고음으로 뻗어 가는 유려한 솜씨, 특징적인 꺾기 창법 등으로 남자 트로트 가수 창법의 원형을 정립한 나훈아와 맑고 깨끗한 음색의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소화한 노래를 통해 진한 감동을 전해주는 이선희를 비롯해 김건모 김광석 신승훈 심수봉 양희은 이미자 이승철 인순이 패티김 등이 출중한 가창력을 통해 대중의 찬사를 받는 스타로 우뚝 솟은 가수들이다.

능청과 의외성이 돋보인 말재주와 대상과 상황에 따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애드립, 특출난 성인 개그, 파격과 과장의 액션을 주조로 하는 개그 연기로 견고한 경쟁력을 쌓은 신동엽과 개그우먼들이 좀처럼 시도하지 않은 파격적 캐릭터를 잘 표출하고 술·성형 개그와 도발적 퍼포먼스를 자연스럽게 소화해 대체 불가 입지를 굳힌 박나래를 비롯해 이경규 박미선 강호동 이영자 김구라 김병만 김제동은 뛰어난 예능감과 진행 실력, 독창적인 웃음의 무기로 대중의 환호를 받는 스타로 올라선 예능인들이다.

스타와 관련된 것들은 본질적으로 이미지다. 대중이 욕망하거나 선호하는 이미지의 창출 여부가 스타화를 좌우한다. 연예인의 이미지는 홍보, 광고,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대중매체의 기사와 비평, 사생활을 비롯한 사적 정보 등으로 묶일 수 있는 미디어 텍스트에 의해 구축된다.

1990년대 이후 스타를 육성하고 관리하는 연예 기획사가 스타 시스템의 강력한 주체로 자리 잡았다. 연예 기획사를 거치지 않으면 스타는커녕 연예인 되기도 힘든 상황이다. 연예인의 22.9%가 스타가 되는 데 필요한 것으로 대형 기획사 소속을 꼽을 정도로 연예 기획사는 영화나 방송 출연 섭외부터 이미지 조성, 홍보 마케팅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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