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 수문마을] 자연·맛·사람의 어울림…즐거움이 묻어난다
2020년 09월 07일(월) 18:00
우리나라 대표 키조개 산지…쇠고기·표고와 삼합으로 유명
새꼬막·바지락·낙지도 빼놓을 수 없는 대표 특산물
개장 앞둔 수문랜드·음식특화거리 엮어 관광자원화

수문마을은 산, 들, 바다를 한 데 담은 청정마을로 ‘장흥 삼합’ 키조개의 본고장이다. 1990년대 전까지만 하더라도 물고기가 다니는 길목에 그물을 쳐놓고 서대나 병어, 갯장어, 잡어 등을 잡아 생계를 꾸렸지만 키조개 양식을 도입하면서 키조개 주산지이자 어촌체험마을로 성장했다. 오른쪽에 보이는 마을 뒷산 2만6000여평에 데크 둘레길과 캠핑장이 조성돼 곧 개장을 앞두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끝이 보이지않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어울림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어울림은 함께 살아가는 즐거움을 준다. 각각의 다른 주체들이 서로 융합하며 상승작용을 일으킬 때 결과물도 좋기 마련이다. 자연과 맛, 좋은 사람들이 환상의 삼합을 이루는 장흥 수문마을을 찾았다.

수문 마을은 우리나라 대표 키조개 산지. 키조개는 생긴 모양이 아이들이 오줌을 못가릴 때 머리에 쓰고 소금 받으러 간다는 ‘키’와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수문마을은 서남해안 갯벌 보전지구로 지정되어 있을만큼 청정갯벌을 자랑하며 영양분이 풍부해 어패류 최적의 생육 환경을 갖춰 전국에서 유일하게 키조개 양식장이 있고 금어기가 없다.

키조개는 초가을에 20cm미만의 종패를 바다에 이식한 후 수확까지 평균 2년이 소요되는데 수심 30~40m 모래나 펄에 묻혀살며 해수중에 식물 플랑크톤을 먹으며 자란다. 거친 물살을 견디고 자라 살이 실하고 쫄깃하며 타우린·철분이 다량 함유돼 빈혈 예방, 면역력을 높이는 등 맛과 영양이 응축된 바다의 검은 보석이다.

‘장흥 키조개 거리’는 키조개, 바지락 등 이 지역에서 나는 청정 수산물을 다양한 음식으로 맛 볼수 있는 음식 특화거리다.
수확철은 5월, 다이버들이 심해에 들어가 채취하는데 그 시기에 맞춰 수문해수욕장에서 키조개 축제가 열린다. 지난해 150만미를 수확해 절반은 일본으로 수출했다.

김영만 어촌계장은 “장흥산은 서해안산과는 차원이 다른 품질로 생산 단가부터 차이가 난다. 고급 식재료로 전성기를 구가했던 20년전에는 마을 개들이 뼈다귀 대신 돈을 물고 다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고 전할 만큼 마을에 부흥을 선물한 효자 수산물이다.

쇠고기, 표고와 함께 장흥 삼합의 재료로도 유명하지만 고소한 맛과 까다롭지 않은 요리법으로 사시사철 남녀노소에 인기가 많다.

키조개 외에 새꼬막, 바지락, 낙지도 빼놓을 수 없는 이 마을 대표 선수다.

새꼬막은 11월부터 이듬해 3월이 제철로 지난해 고수온으로 폐사율이 높았던 키조개를 대신해 수문마을 소득 1위에 등극했다. 또 이곳 낙지는 다리가 얇아 씹을수록 쫄깃한 맛이 목포 세발낙지 명성을 위협하고 있다. 코로나 영향으로 수입산이 국내에 들어오지 못한 수혜를 입어 올해 통발 어가에 1억원 이상의 수익을 안겨주었다.

또 4~5월이 제철인 바지락은 맛이 월등해 타지산과 가격이 두배 차이가 난다. 어촌계 바지락장 10.5ha에 어가당 하루 22kg을 채취할 수 있는데 캐기도 전에 판로가 정해져 있을만큼 인기가 좋다. (산지 구매:어촌계 (061) 864-0777, 김영만 어촌계장 010-8580-8620 )

음식특화거리에서 만난 관광객 이병철(53)씨는 “순천 살면서도 이곳의 키조개와 바지락을 좋아해 자주 찾는 단골”이라며 “멀리서 오는 친구들과 별미를 나누고 싶어 종종 초대한다”고 말했다. 또 함께 찾은 친구 김순옥씨는 “이곳을 찾을 때마다 길이 좁고 부실한 이정표에 길을 잘못 든적이 많았다. 개선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주민들은 먹거리 유명세에 이어 머물다 가는 관광지로 거듭나기를 바라고 있다.

장흥 연안중 유일하게 해수욕장을 가졌음에도 부족한 편의시설로 근거리 보성 율포해수욕장 유명세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한가지 기대되는 점은 뒷동산 2만6000여평에 50억원을 투입해 수문랜드가 조성중인데 카라반, 글램핑장, 텐트를 칠 수 있는 데크 등 30여동이 데크 둘레길과 함께 완공돼 개장을 앞두고 있다.

키조개는 수심 30m 해저에서 식물 플랑크톤을 먹고 자라는데 수확철인 5월이면 키조개 축제가 열린다. 사진은 축제 프로그램 중 하나인 즉석썰기 대회.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마을 주민들은 수산물을 채취해 위판장에 넘기는 기존 소득방식을 넘어서기 위해 새로운 도전에도 나서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어촌 뉴딜 300 사업을 통해 새로운 비전을 준비중이다.

가장 핵심은 수문항 개발. 수문항엔 107척의 어선이 정박해 있는데 항이 제역할을 못해 태풍 예보가 있을 때 마다 인근 장재도로 피항을 가는데 가는 길에 참꼬막 서식지가 있어 밀물때마다 선박 프로펠러에 손상돼 분쟁을 일으키는 요인이 됐다. 또 어판장·공동 작업장이 없어 신선도가 생명인 수산물을 싣고 목포 위판장까지 가야해 물류비·인건비 부담도 크다. 키조개 직판장이 있지만 사업비 부족으로 건물 외에 수조 등 처리 시설을 갖추지 못해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뉴딜 사업에 선정되면 수문항을 중심으로 음식특화거리, 해수욕장, 수문랜드 등 띄엄띄엄 있는 자원들을 엮어 관광 자원화하고 수확한 해산물은 직판으로 마을 소득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마을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장유환씨는 “수문랜드는 기반시설 조성에 많은 비용이 소요돼 정작 볼거리는 부족하다”며 “사시사철 꽃을 감상할 수 있는 계절별 수목을 식재하고 마을 앞에 낚시터를 조성해 관광객들이 머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30대 주부 김지연씨는 “음식특화거리나 해수욕장 인근이 어두운 분위기여서 늦은 오후부터는 발길이 가지 않는다. 카페나 인생사진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을 설치해 젊은 사람들 취향도 고려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무것도 조미하지 않은 담백한 맛이 나는 수문마을, 그대로의 모습도 그만의 매력이 있지만 이제 마을이 갖고 있는 자원과 가능성을 엮어 보배로 만들어야 한다.

자연과 맛, 사람의 노력이 어울려 만든 ‘선진 어촌마을’ 이라는 결정체, 이제 조개 속살에 묻혀있던 진주가 세상에 나와 빛을 발할 때가 왔다.

/임수영 기자 sw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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