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의 분위기 박민정 지음
2020년 08월 21일(금) 07:00
한국 사회 다양한 여성혐오 양상을 그렸던 박민정 작가. 박 작가는 성폭력과 젠더 불평등의 문제를 다뤄왔다. 이번에 펴낸 소설집 ‘바비의 분위기’ 또한 지적이고 생동감 있게 폭력의 문제를 다뤘다.

책에는 현대문학상 수상작 ‘모르그 디오라마’,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작 ‘세실, 주희’, 이 계절의 소설 선정작 ‘바비의 분위기 등’ 일곱 편의 단편이 수록돼 있다. 폭력의 역사와 지형도를 예리하게 짚어내는 서사는 현실문제와 결부돼 우리 시대를 비판적으로 사유하고 성찰하게 하는 계기를 준다.

박 작가는 현대문학상 수상 소감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구글 페이지에서 자료를 찾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들곤 했다. 지금 우리는 이미 종말 이후를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불법 촬영 따위가 인간의 존엄을 영영 파괴할 수는 없으리라고 믿지만(그러려고 하지만) 간혹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 끝난 거 아닌가, 이만하면.”

작가의 말을 떠올리는 것은 이번 소설집도 그러한 연장선에서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집에서 작가는 단선적인 피해자-가해자 선악 구도를 넘어 인간관계에서 작동하는 여러 힘의 작용을 포착한다.

또한 역사적 모티브와 현실의 문제를 병치해 ‘과거에 해결하지 못한 폭력이 오늘도 반복되고 있음’을 제시한다. ‘모르그 디오리마’ 작품은 19세기 프랑스에서 구경거리로 전락한 시체 공시소 모르그와 현재 온라인상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비동의 불법 촬영물 유포 범죄를 연결한다. 여아 낙태의 유구한 역사와 딸이라는 이유로 해외 입양 보내진 자매 이야기이자 여성혐오 문제를 다룬 ‘신세이다이 가옥’ 등도 그러한 범주의 소설이다.

<문학과지성사·1만3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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