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예술가들의 은밀하고 사적인 편지 엿보기
2020년 08월 21일(금) 00:00 가가
예술가의 편지
마이클 버드 지음·김광우 옮김
마이클 버드 지음·김광우 옮김
“그대를 미치도록 사랑하오. 나의 카미유, 난 다른 어떤 여자에게도 감정이 없고 내 영혼은 통째로 그대 것임을 보증하오. 그대에게 확신도 못 주고, 내 설득은 요령부득이네. 그대는 내 고통을 믿지 않소. 나는 울부짖는데, 그대는 여전히 의심하고 있지. 웃어본 지도 오래, 더 이상 노래도 안 나오고, 모든 게 하나같이 지루하고 시들하다오. 나는 이미 죽었다오.(중략) 매일 그댈 볼 수 있게 해주오. 적선하는 셈 치고, 그러면 내 상태도 좀 나아질 거요. 오직 그대만이 아량을 베풀어 나를 구할 수 있소.”
근대 조각의 시조로 일컫는 조각가 로댕이 클로델에게 보낸 편지 일부다. 중년의 이름난 천재가 아름답고 젊은 재능 있는 조수와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클로델은 로댕을 밀어낸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고, 무엇보다 오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정부 로즈 뵈레가 있었기 때문이다.
로댕은 ‘매몰찬 친구여’로 시작하는 러브레터를 보낸다. 이 편지에서 그는 온통 자기감정에 빠진 예술가의 특유의 일면을 드러낸다. 로댕은 존경에서부터 읍소는 물론 다양한 수사를 통원해 그녀에게 대시한다. 편지에는 널뛰는 감정과 엇갈린 비유 등 로댕의 심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원래 로댕이 ‘지옥의 문’을 위해 고안한 ‘영원한 우상’ 속 남자의 포즈는 ‘사랑하는 그대의 몸 앞에 무릎 꿇은’ 로댕의 이미지라고 한다.
예술가들이 편지를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작업 자체와 관련이 있다. 렘브란트가 하위헌스와 왕래한 서신은 ‘돈’과 관련한 내용이 들어 있다. 하위헌스는 렘브란트 작품세계를 미술계에 알린 당대 저명한 인문학자다. 렌브란트는 예의상 절제된 언어로 안부를 묻지만 사실은 돈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유명한 예술가들의 은밀하고 사적인 기록을 담은 편지를 엮은 책이 나왔다. 마이클 버드가 펴낸 ‘예술가의 편지’는 저마다 개성 넘치는 손 편지로 주고받은 예술가들의 내밀한 사연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예술가들의 편지는 스마트폰, SNS로 대변되는 디지털과는 차원이 다른 감성과 시대의 풍경을 보여준다.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쓴 손 편지에는 글쓴이의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다. 모두 90여 편의 편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밀라노 통치자 루도비토 스포르타에게 보낸 이력서부터 신디 셔먼이 미술 평론가 아서 단토에게 보낸 감사 엽서까지 예술가의 역사를 아우른다.
개성 강한 자의식의 세계를 그린 프리다 칼로가 벽화 예술가 디에고 리베라에게 보낸 편지는 사랑에 빠진 이의 절절함을 표현한다. 1928년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이듬해 결혼했지만 리베라의 거듭된 불륜과 칼로의 낙태로 곧잘 삐걱거렸다. 리베라는 화가로서 칼로의 재능을 높이 평가했다. 10대 때 사고로 30여 차례 수술을 받은 칼로가 화가의 길을 걷도록 도움을 줬다. 다음의 편지는 칼로가 리베라에게 보낸 편지다.
“디에고, 내 사랑, 프레스코화를 끝내면 티격태격하지 않고, 영원히 함께, 오직 서로 사랑하기로 한 것만 기억할 거예요.(중략) 그 어느 때보다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의 소녀 프리다”
편지는 크게 받는 이와 편지의 목적을 토대로 분류 할 수 있다. 편지를 받는 이에는 가족과 친구, 예술가, 후원자, 연인 등으로 나뉜다. 편지를 쓰게 된 목적은 안부와 업무, 여행 등으로 구분한다. 각각의 편지에는 환경적 요인을 뛰어넘는 단서와 암시 등이 숨어 있어 흥미를 더해준다.
<미술문화·2만2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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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예술가들의 편지는 스마트폰, SNS로 대변되는 디지털과는 차원이 다른 감성과 시대의 풍경을 보여준다.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쓴 손 편지에는 글쓴이의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다. 모두 90여 편의 편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밀라노 통치자 루도비토 스포르타에게 보낸 이력서부터 신디 셔먼이 미술 평론가 아서 단토에게 보낸 감사 엽서까지 예술가의 역사를 아우른다.
개성 강한 자의식의 세계를 그린 프리다 칼로가 벽화 예술가 디에고 리베라에게 보낸 편지는 사랑에 빠진 이의 절절함을 표현한다. 1928년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이듬해 결혼했지만 리베라의 거듭된 불륜과 칼로의 낙태로 곧잘 삐걱거렸다. 리베라는 화가로서 칼로의 재능을 높이 평가했다. 10대 때 사고로 30여 차례 수술을 받은 칼로가 화가의 길을 걷도록 도움을 줬다. 다음의 편지는 칼로가 리베라에게 보낸 편지다.
“디에고, 내 사랑, 프레스코화를 끝내면 티격태격하지 않고, 영원히 함께, 오직 서로 사랑하기로 한 것만 기억할 거예요.(중략) 그 어느 때보다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의 소녀 프리다”
편지는 크게 받는 이와 편지의 목적을 토대로 분류 할 수 있다. 편지를 받는 이에는 가족과 친구, 예술가, 후원자, 연인 등으로 나뉜다. 편지를 쓰게 된 목적은 안부와 업무, 여행 등으로 구분한다. 각각의 편지에는 환경적 요인을 뛰어넘는 단서와 암시 등이 숨어 있어 흥미를 더해준다.
<미술문화·2만2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