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고주택 보존 결정 잘한 일이다
2020년 07월 15일(수) 00:00
광주시 동구청이 1930년대 지어진 고주택을 역사적 가치를 감안해 보존하기로 결정했다. 이 고택은 동구 동명동 서석교회 옆에 자리하고 있는데, 동구의 이러한 결정으로 또 하나의 근대 문화유산이 사라지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됐다. 애초 동구는 지난 4월 이 고택을 포함 일대 부지를 행정복합센터와 주차장으로 개발할 계획으로 16여 억 원을 들여 매입했었다.

85년 전에 지어진 것으로 알려진 이 고택은 연면적 145㎡(대지 852㎡)의 주택으로, 서양식·일본식·한식이 혼재한 독특한 양식이 눈길을 끈다. 고택을 정면에서 바라보면 왼쪽 외관은 서양풍이지만 내부는 일본식으로 설계됐고, 오른쪽은 전통 한옥 양식으로 지어진 것이다. 또한 당시 고급 주택에 들어가는 ‘소금에 쪄 말린 목재’가 사용된 데다, 건물의 곳곳에서 과거 궁궐에나 쓰였던 자재들을 다수 확인할 수 있다.

2층 일본식 가옥에는 지하실도 하나 있는데 지금은 마루로 덮여 있지만 뜯어 보면 아직도 존재할 것이라는 게 원 소유자의 말이다. 또한 이 지하실의 존재를 근거로 했을 것이지만, 이곳에서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가들의 자금 지원이 이뤄졌다는 소문도 전해진다.

동구가 매입하기 직전 이 집의 소유자는 이 고택에 대해 “당시 전남도청에 근무하던 할아버지가 같은 도청 직원이던 일본인 건축가에게 설계를 부탁해 지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1936년에 지어졌으나 1955년 필지 분할 과정에서 서류상에는 1954년 건물로 등록된 것으로 전해진다.

건축 전문가들은 근대 문화자산의 가치가 충분하다며 이 주택에 대한 보존을 주장한 바 있다. 다양한 양식이 섞인 독특한 주택으로 건축학적으로도 보존 가치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어찌 됐든 보존과 개발의 갈림길에서 보존을 택한 이번 동구의 결정은 매우 현명한 선택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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