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 전문가
2020년 07월 09일(목) 00:00 가가
대학은 중세 시대 지식과 지혜를 갈망하는 이들에 의해 탄생했다. 원래 라틴어의 ‘유니베르시타스’(universitas)에서 유래됐으며, 초기에는 ‘길드’나 자치도시에서 단순히 ‘다수·복수·사람들의 집합체’ 또는 ‘합법단체·법인단체’를 의미했다.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최초의 대학이 생겨난 것은 1150년경이었다. 대학이 생기면서 종교 간, 국가 간, 지역 간 교류가 촉발됐고 이는 학문·예술의 전성기인 르네상스로 이어졌다.
도시를 기반으로 한 대학들은 각 분야의 전문가를 양산하면서 인류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기도 했다. 참신한 아이디어, 첨단과학, 고급 기술, 고차원의 예술 등이 요소요소에 적용되면서 도시와 국가는 과거에서 탈피해 미래로 향할 수 있었다. 대학과 함께 등장한 전문가들은 작게는 공동체부터 지역사회나 국가를 넘어 세계를 변화·혁신시키며 엄청난 권위와 명예를 얻었다.
전문가가 끼치는 영향력을 ‘전문가 효과’라고 한다. 언론이나 SNS를 통해 능력을 검증받은 전문가들은 명성을 얻고 높은 소득도 보장받는다. 하지만 전문가가 반드시 긍정적인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정보를 왜곡해 가짜뉴스를 양산하고, 섣불리 미래를 예측해 혼란·혼선을 부추기기도 한다. 현상을 관찰하고 이를 대중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며, 현재·미래 문제의 대책을 제시해야 하는 전문가 본연의 역할을 망각한 것이다.
현대사회에 들어와 전문가나 그 집단이 권력화되고 있는 현상이 뚜렷하다. 정부·지자체의 거의 모든 의사 결정 과정에도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라면 적어도 사익을 위해 공익을 저버리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광주·전남의 각종 위원회나 자문·심의기구에도 상당수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아파트 난개발 등 지역 현안에 있어서 ‘찐’(진짜) 전문가로서 사익을 버리고 공익적 관점에서 그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론만이 아닌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 이럴 바에야 건전한 상식을 지닌 평범한 시민의 참여를 늘려 전문가들을 견제할 필요가 있는 듯 하다.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kwangju.co.kr
광주·전남의 각종 위원회나 자문·심의기구에도 상당수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아파트 난개발 등 지역 현안에 있어서 ‘찐’(진짜) 전문가로서 사익을 버리고 공익적 관점에서 그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론만이 아닌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 이럴 바에야 건전한 상식을 지닌 평범한 시민의 참여를 늘려 전문가들을 견제할 필요가 있는 듯 하다.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