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이끈 강진군…화훼농가 희망을 꽃피우다
2020년 06월 29일(월) 00:00
민관 협력 자발적 꽃 나눔 운동 펼쳐
코로나19에도 온라인 판매 등 대박
수국 전국적 관심 ‘수국 고시’라 불려
재경향우회선 꽃작약 주문·홍보도
화훼 4종 39만 본 판매 7억여원 매출

서울시와 전남마을활동가네트워크는 지난 4월 행복한 공동체 회복을 위해 ‘나와 너·우리, 봄꽃 나눔’ 행사를 진행했다. 출하된 강진수국은 2485송이로 1229만원 상당이며 서울시 25개 자치구로 배송됐다. <강진군 제공>

위기를 기회로 이끈 강진군의 선도적 농정이 전국에서 주목받고 있다.

강진군은 코로나19에 따른 화훼시장의 침체 상황을 극복하고자 군이 직접 나서 배송을 추진하며 ‘1인 1송이 수국 사주기 운동’을 전개했다. 또 전국 최초로 지자체와 협력해 온라인 직거래 생화 판매를 시작해 새로운 판로 확대에 성공했다.

결과도 좋다. 수국의 경우 전국적 이슈 몰이에 성공하며 ‘수국 고시’라 불릴 정도로 소비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5월 출하를 시작해 지난 14일 판매를 종료한 꽃작약 또한 누적판매량이 23만 본에 이르는 등 코로나19 상황 속 안정적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만개한 수국꽃. 강진군은 국내 최대 수국 생산지다. 수국 재배면적은 4.9ha로 전국의 32.6%, 전남의 61.2%를 차지한다.
◇코로나19 여파에도 판매 대박 이끈 ‘수국’

강진군은 지난 2월11일부터 청자골 화훼 직거래 판매를 시작해 6월25일 현재 장미, 스타티스, 수국, 꽃작약 등 4종류의 전체 판매량 39만 본, 매출 약 7억6000만 원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전국적으로 소비촉진 붐을 일으켰던 강진산 수국은 3월 말부터 5차례에 걸친 온라인 직거래 판매로 총 7만2439송이를 판매해 약 2억5000만 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수국은 1차 온라인 직거래 판매가 이뤄진 지난 3월30일에만 택배 주문이 4500건이 접수됐다. 인터넷 홈페이지 서버가 다운되고 휴대전화 문자 한도가 초과되는 등 전국에서 주문량이 폭주해 강진군은 4월3일 주문 접수를 중단해야 했다. 4월17일 1만 송이 한정으로 추진된 2차 판매는 9시간 만에 매진됐으며, 같은 달 25일 역시 1만 송이 한정으로 추진된 3차 판매 역시 2500건의 주문이 이어지며 8시간 만에 완판을 기록했다.

수국 온라인 직거래 판매는 ‘수국고시’(고시보다 수국꽃을 받아보기 힘들다)라는 댓글까지 생길 정도로 참여 열기가 뜨거웠다.

수국에 앞서 2월부터 3월까지 진행된 청자골 장미 선물하기 운동은 8만 송이를 팔아 8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 5월부터 온라인 주문 접수를 시작해 지난 14일 판매를 종료한 작약의 경우 23만 본, 4억2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송승언 강진군 친환경농업과장은 “직거래 판매가 활성화되며 강진산 화훼류에 대한 전반적 관심과 선호도가 높아졌다”며 “소비자들의 관심이 4월 수국에서 5월 작약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판매가 원활히 추진됐다”고 말했다. 송 과장은 “특히 노지작약의 경우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예년의 2배 이상 매출을 올렸다”며 “화훼 생산 농업인들은 소비자들의 관심에 놀라워하며 직거래 판매에 매우 만족스러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피기 전 꽃작약 모습. 꽃봉오리가 피지 않은 상태로 배송돼야 소비자가 직접 개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다.
◇민관 협력, 위기를 기회로

경기침체 상황 속에서도 화훼 소비촉진 운동이 성공적으로 전개될 수 있었던 데는 강진군의 노력이 컸다.

코로나19 발생으로 입학식과 졸업식을 비롯한 각종 행사가 취소됨에 따라 3월부터 화훼 소비가 급감하면서 꽃값이 폭락했다. 기존에 한송이당 6000∼8000원에 낙찰됐던 수국의 경우, 올해는 송이당 2000∼3000원으로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일본 수출길도 끊기면서 농가들의 시름은 깊어갔다. 공판장에 출하해도 번번이 유찰됐다. 재경매를 위한 인력과 유통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않아 유찰된 꽃은 폐기처분해야 했다.

이에 재배단체(농가)와 수차례 협의를 한 강진군은 중간 유통과정을 과감하게 생략해 화훼공판장 원가 판매를 추진했다. 장미의 경우 20송이를 묶은 한다발을 1만5000원에 판매했으며, 수국은 평년 소비자가격 한송이 1만원에서 3000원으로 70% 할인해 판매를 진행했다.

강진군은 어려움을 겪는 화훼농가를 위한 지원대책으로 기존의 공매방식 대신 온라인 직거래를 실시하는 등 다양한 판로 모색에 힘썼다.

특히, 체계적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화훼 재배 농가와 함께 강진군 친환경농업과 원예특작팀에서 전담해 대책반을 편성(총괄지원반, 주문처리반, 배송처리반, 수급관리반, 비상지원반) 운영해 온라인, 이메일, 전화 등 주문을 받았다.

장미와 스타티스는 재배농가에서 직접 상품을 받아 공급까지 담당했으며, 수국은 농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강진군에서 택배비를 지원해 2송이 이상부터는 무료배송을 추진했다.

TV, 신문, SNS와 더불어 중앙부처와 각 지자체에도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폈다.

농협, 경찰청, 교육청, 농어촌공사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1 테이블 1 플라워 운동’을 전개했다. 중앙부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강진산 수국을 장관 10명에게 10송이 1박스, 차관 이하 38명에게 4송이 1박스를 발송하는 한편 강진군을 제외한 전남지역 21개 지자체 시장·군수에게 2송이씩 배송해 우수한 품질의 강진산 수국을 홍보했다.

김영록 전남지사와 22명의 시장·군수가 참여한 코로나19 영상회의에서 이승옥 강진군수는 수국 농가가 처한 어려움을 직접 설명하며 ‘청자골 수국 선물하기 운동’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이승옥 강진군수가 수국농가를 방문해 화훼농업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꽃나눔 운동, 꽃소비 촉진 한몫

민관 협력의 자발적 꽃 나눔 운동도 이어졌다.

지난 4월 서울시와 전남마을활동가네트워크(대표 문병교)는 행복한 공동체 회복을 위해‘ 나와 너ㆍ우리, 봄꽃 나눔‘ 행사를 진행해 강진 화훼농가들의 위기극복에 동참했다. ’봄꽃 두송이를 구매해 한송이는 지친 나에게, 다른 한송이는 이웃에게 나누어 힘든 봄을 맞이한 우리를 위로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행사였다.

출하된 강진수국은 2485송이로 1229만원 상당이며 서울시 25개 자치구로 배송됐다.

재경강진군향우회(회장 강윤성)도 발 벗고 나섰다. 향우회는 지난 3일 460만원 상당의 꽂작약 3100송이를 구입해 향우들과 함께 나눴다.

향우회의 꽃작약 주문은 지역 내 꽃작약 법인과 강진군이 강진산 꽃작약 홍보 및 소비 촉진 일환으로 재경 11개 읍면 향우회장과 사무총장에게 보낸 꽃작약 1박스에 대한 회답으로 이뤄져 향우회원들의 훈훈한 고향사랑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강윤성 재경강진군향우회 회장은 “전국 최초로 화훼 온라인 직거래 판매를 도입하는 등 적극적인 행정 지원을 하는 모습을 보며 재경강진군향우회에서도 어려움을 함께 하고자 꽃작약 나눔에 동참했다”며 “고향의 아픔에 공감하고 위기 극복을 도울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강진군은 앞으로 온라인 판매 시스템을 구축해 판로 확대에 적극 나서고자 장미, 수국, 꽃작약까지 강진군 대표 화훼 3종의 정식 판매 홈페이지를 만들어 홍보할 계획이다.

이승옥 강진군수는 “소비 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판로가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바뀐 소비 환경에 발맞춰 구입 고객에 대한 철저한 DB 관리와 홈페이지 구축 등으로 강진 화훼류를 적극 홍보하고 고정 고객화를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강진=남철희 기자 chou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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