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2020년 06월 24일(수) 00:00
남북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탈북민 단체의 삐라 살포를 문제 삼은 북한은 최근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여기에 휴전선 인근에 군 부대까지 배치했다. 2년 전인 200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발표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문재인 정부 들어 연이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등으로 한때 남북 관계는 그야말로 장밋빛이었다. 남북을 거쳐 시베리아 횡단철도로 이어지는 남북철도 연결 사업과 개성공단 재가동 및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이 곧바로 실현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북미정상회담이 진전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대북 제재로 인해 남북 교류는 사실상 그 어느 것 하나 진전을 보지 못했다.

올해는 역사상 첫 남북정상회담과 함께 6·15 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된 지 20년이 되는 해이다. ‘6·15선언’은 2000년 대한민국 김대중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에서 2박3일간의 남북정상회담을 진행하고 발표한 선언이다. 통일 문제의 자주적 해결 선언과 경제협력,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 교류 활성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주역인 ‘4·27 판문점 선언’ 역시 6·15 합의 정신을 이어간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6·15 남북공동선언은 1948년 한반도 분단 이후 남북 정상이 직접 만나 서명한 문서이다. 이는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 화해와 평화 통일 문제에 합의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 선언은 지속 가능하지 않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서면서 9년 간 남북은 다시 냉전 상태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찾아온 2018년 남북 관계의 봄이 위기에 봉착했다. 그동안 공들여 온 남북 화해 분위기가 하루아침에 무너져서는 안된다. 내일은 민족의 비극 6·25 전쟁이 일어난 지 70년이 되는 날이다. 남과 북은 한반도 곳곳에 여전히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름답고 가슴 벅찼던 만남으로 남북 정상들이 애써 합의한 공동선언문들이 휴지 조각이 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최권일 정치부 부장 ck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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