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빌딩 활용법
2020년 06월 18일(목) 00:00
한 달 전쯤 이곳을 처음 찾았을 때는 오래된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피곤할 때면 잠시 눈을 붙이던 신문사 조사실의 구석진 자리, 기사 아저씨들과 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내렸던 주차장, 전시가 열리곤 했던 3층 남봉갤러리, 호남예술제 취재를 위해 자주 들렀던 8층 강당 등. 리모델링으로 옛 모습은 많이 사라졌지만 오랜 시간을 건너 ‘거짓말처럼’ 나를 그때 그 장소로 데려갔다. 무엇보다 거의 변하지 않은 계단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수습기자와 초년 기자 시절, 마음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나 선배들에게 야단을 맞을 때면, 어김없이 그곳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들을 많이 하곤 했던 바로 그 계단.

과거 광주일보가 자리했던 전일빌딩은 이제 ‘전일빌딩 245’가 됐다. 5·18 당시 헬기 사격으로 빌딩 외벽에 생긴 245개의 탄환을 기억하는 의미를 담은 새로운 이름이다. 그리고 5·18을 기억하는 공간 및 시민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롭게 변신했다. ‘금남로 1가 1번지’라는 상징적 장소가 이제 ‘시민 모두의 공간’이 됐다는 건 무엇보다 의미가 있는 일일 터이다.

4년 된 어느 소규모 인문학 모임이 오는 7월부터는 전일빌딩 245에서 열린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오페라와 미술사로 살펴보는 세계사’라는 근사한 프로그램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벗어나 저렴한 비용으로 장비를 활용하고, 쾌적한 공간에서 공부할 수 있게 돼 기대가 많다고 했다.

어제 점심 식사 후 들른 8층 ‘카페 245’엔 할아버지부터 20대 청년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무등산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와, 이곳이 이렇게 변했군요.” 동행한 이는 깜짝 놀라는 모습이었다. 그는 카페 밖 굴뚝정원과 무등산이 바라다 보이는 10층 전일마루까지 둘러보더니 “얼른 이곳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무리 잘 꾸며 놓은 공간이라도 이용자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 한데 전일빌딩245는 벌써 광주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은 듯해 흐뭇했다. 옛 전일빌딩이 나에게 그러하듯, ‘전일빌딩 245’ 또한 누군가에게는 언젠가 새로운 추억과 기억이 차곡차곡 쌓이는 공간이 되리라.

/김미은 문화부장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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