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원장
2020년 06월 17일(수) 00:00
2012년 2월 8일, 국회 산자위에서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안 논의를 시작했다. 대기업의 소프트웨어 수주 독식을 막아 중소기업을 살리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자리였다.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는 예외 조항에 ‘등’ 자를 포함시킬 것인지가 쟁점이 됐다.

정부는 국방·외교·치안·전력(電力) 사업에 ‘등’ 자를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지만 산자위 소속 의원들은 그럴 경우 대기업의 수주 독식을 막을 수 없다며 ‘등’ 자를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산자위의 이 같은 결정은 법사위에서 뒤집혔다. 한나라당 이두아 의원이 ‘등’ 자를 포함시키자고 제안하자 우윤근 법사위원장이 이를 받아들여 법안을 수정 결의했고 결국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법사위의 막강한 권한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다.

법사위는 국회 18개 상임위 가운데 가장 힘센 상임위로 꼽힌다. 해당 상임위에서 결정된 법안은 반드시 법사위를 거쳐야 하는데 이때 ‘자구 심사’ 권한을 활용해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법사위는 게이트 키핑 역할 때문에 종종 국회 내 상원으로도 불린다. 법사위원장은 마음만 먹으면 다른 상임위 법안을 수정할 수도 있고 처리 시한을 무한정 연장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늘 법사위원장을 차지하기 위한 여야 간 신경전이 치열했다. 16대까지는 다수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았지만 17대부터는 여당을 견제한다는 의미에서 제1 야당에 양보하는 것이 관행처럼 돼 왔다. 21대 국회 첫 법사위원장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하자 제1 야당인 미래통합당이 보이콧을 선언했다.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을 양보하지 않은 이유로 ‘일하는 국회’를 내세우고 있다.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취임 첫 일성으로 “사법 개혁과 검찰 개혁을 마무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법사위의 법안 심사 대상인 검경 수사권 조정 등 현안을 해결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법사위의 갑질 관행도 뜯어 고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야당을 끌어안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만 발목 잡기와 몽니 부리기라는 법사위의 갑질을 없앤다면 그나마 국회 파행의 책임을 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장필수 제2사회부장 bung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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