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이드, 사망 보름만에 고향 휴스턴서 영면
2020년 06월 10일(수) 18:15
체포 도중 숨진 이튿날부터
美 넘어 전세계로 시위 번져
가담 경찰 4명 전원 기소
‘경찰 개혁’ 등 변화 미지수

미국 백인 경찰의 가혹행위로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관이 9일(현지시간) 텍사스 주 펄랜드의 휴스턴 메모리얼 가든스 묘지로 향하는 동안 몇몇 경찰관들이 줄을 지어 운구 행렬을 인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시위를 전 세계로 번져나가게 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46)가 마침내 9일(현지시간) 고향인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영면에 들어갔다.

메모리얼데이 휴일이었던 지난달 25일 저녁 무렵 미네소타주(州) 미니애폴리스의 식료품점 앞 길바닥에서 백인 경찰관의 무릎에 목을 눌려 싸늘한 주검이 된 지 15일 만이다. 그에게 제기된 혐의는 20달러짜리 위조지폐 사용이었으나 법정은커녕 경찰서까지 가보기도 전에 사형 집행을 당한 셈이 됐다.

플로이드의 목을 누른 미니애폴리스 경찰관 데릭 쇼빈(44) 등 당시 체포 현장에 있던 경찰 4명은 결국 이튿날 전원 해고됐다.

그러나 그날 밤 미니애폴리스 거리에는 수백명의 시위대가 쏟아져 나왔다. 경찰차가 부서졌고 경찰서 벽에는 그라피티(낙서)가 그려졌다. 전 세계로 번진 인종 차별 항의시위의 시작이었다.

다음 날 시위는 더 거칠어졌다. 시위대는 수천 명으로 불었고, 식당과 대형마트, 자동차 부품점 등은 불길에 휩싸인 채 약탈 대상이 됐다. 쇼빈이 일하던 경찰서도 불에 탔다. 시위는 분노를 타고 다른 도시로도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플로이드가 죽기 전 내뱉은 ‘숨 쉴 수가 없다’는 문장은 인종 차별의 무게에 짓눌려온 시위대의 구호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격앙된 시위대에 위로의 손길을 건네는 대신 군 투입과 총격으로 맞서겠다며 주먹을 치켜올려 분노를 키웠다.

그는 지난달 29일 새벽 시위대를 ‘폭력배’로 규정하면서 “약탈이 시작될 때 총격이 시작된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런 역사적 맥락 때문에 이 트윗은 정치권 등에서 큰 논란이 됐고, 트위터는 ‘폭력 미화’라며 이 트윗을 차단했다.

이날 밤 수도 워싱턴DC와 애틀랜타, 브루클린, 맨해튼, 디트로이트 등 주요 도시로 시위가 확산했다. 시위의 폭력성은 일요일인 지난달 31일 정점에 달했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6월 1일 백악관 건너편 교회 앞에서 성경을 손에 든 채 사진을 찍었다. 특히 이 교회로 가는 동선을 확보하기 위해 평화롭게 시위하던 시위대에 최루탄과 고무탄 등을 쏴 해산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 3일 미네소타주 키스 엘리슨 검찰총장은 쇼빈에게 더 중한 범죄인 ‘2급 살인’ 혐의를 추가하고, 쇼빈과 함께 있었던 나머지 경찰관 3명도 모두 기소했다. 동료 경찰관들에게는 ‘2급 살인 공모’ 등 혐의가 적용됐다.

플로이드는 9일 학창 시절을 포함해 생애의 대부분을 보낸 휴스턴의 외곽 메모리얼 가든 묘지에 묻혔다. 어머니가 묻힌 바로 옆자리다.

미니애폴리스 시의회는 경찰 예산 지원 중단과 경찰 해체를 선언하고, 미니애폴리스시는 경찰관의 목 조르기를 금지하기로 했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는 경찰에 지원하던 예산을 다른 사회복지 분야로 돌리겠다고 발표했다. 민주당은 경찰의 폭력 등에 면책 특권을 제한하는 내용 등이 담긴 경찰 개혁법안을 내놨다.

AP 통신은 장례식에 맞춰 “조지 플로이드는 전 세계에 변화의 힘을 일으킨 ‘빅 플로이드’가 됐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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