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길 선택이 오늘의 ‘핫6 이정은’ 만들었죠”
[순천 출신 골퍼 이정은 LPGA 홈페이지에 ‘아직 남은 나의 길’ 게재]
네살때 아버지 교통사고·가난
“17세때 서울 골프유학 전환점”
순천 티칭 프로가 원래 계획
2020년 06월 03일(수) 00:00

이정은(왼쪽)이 프로로 데뷔하기 전인 2013년 가족과 함께 순천 팔마체육관 골프 연습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순천 출신으로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왕을 차지했던 골프 선수 이정은(24)이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수필을 LPGA 투어 인터넷 홈페이지에 기고했다.

2일 LPGA 투어 홈페이지에 실린 ‘아직 남은 나의 길(MY ROAD LESS TRAVELED)’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이정은은 글을 통해 “원래 계획이었다면 19살에 모든 것이 편안한 순천 집 근처의 티칭프로가 되었겠지만 선택의 결과 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6번째로 ‘이정은’이라는 이름을 가진 선수가 됐다”며 프로 데뷔 과정을 설명했다.

이정은은 “나는 9살에 골프를 시작했다. 내가 태어났을 때 아버지는 트럭을 운전하셨는데, 내가 4살 때 교통사고를 당하셨고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장애를 입으셨다”고 썼다.

그는 “나도 다른 친구들처럼 골프가 지루하다고 생각했다. 떠밀려 배우는 기분이었고 하고 싶은 일이 많아서 3년간 골프를 쉬었다”고도 밝혔다.

이후 “15살 때 티칭프로가 되기 위해 골프를 다시 시작했다. 17살에 서울의 유명한 감독님이 학교와 골프를 병행할 수 있는 골프 아카데미 기숙사에 들어오겠냐는 제안을 하셨다”고 돌아봤다.

그는 “휠체어에 앉아 계신 아버지로부터 떨어지기 싫었고 두려웠지만 움직이기로 결심했다”며 “그것이 나의 전환점이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이때도 “바로 여기에서 내 이름 끝에 있는 숫자 ‘6’이 유래되었고 나는 숫자에 불과했다”고 몸을 낮춘 이정은은 “이후 2년차인 2017년 4번 우승하고 상금왕을 차지했다”고 본격적인 성공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그해 US오픈에 처음 출전, 3라운드 마지막 조에서 경기하는 등 5위로 선전한 이정은은 “그때 나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미국 진출의 꿈을 키우게 된 계기를 소개했다.

2018년에도 KLPGA 투어 2승을 거두고 상금왕에 오른 이정은은 “그때 내 인생의 또 다른 갈림길과 마주했다”고 미국 진출을 두고 고민했던 시기를 떠올렸다.

그는 “한국에서 익숙한 사람, 문화, 언어 속에서 가족과 함께 생활할 것인지, 아니면 세계 최고의 무대에 도전하기 위해 영어로 소통해야 하는 LPGA 퀄리파잉스쿨에 나갈 것인지 결정해야 했다”며 “골프가 아닌 다른 모든 것에 대해 긴장되고 두려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순천에서 서울로 오던 때를 떠올리며 “그때 고생스럽고 불확실한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LPGA에서 뛰거나 US오픈 우승, 신인왕 등은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돌아봤다.

이정은은 “지금도 영어를 잘 못하고, 신인 때 영어 실력 때문에 기자들에게 미안했다”며 “그래서 신인상 수상 연설 때는 3개월 동안 연설문 연습을 했다. 연설을 마친 후 큰 박수를 받았는데 눈물이 날 만큼 절대 잊을 수 없는 순간”이라고 썼다.

그는 “모든 삶에는 전환점이 있고 선택의 갈림길이 있다”며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쉽거나 편하지 않았지만 가치 있는 길은 늘 그렇다. 앞으로 남은 자신의 길에서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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