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우주탐사
2020년 06월 02일(화) 00:00
지난 2008년 4월 어느 날 해 질 녘. 회사 옥상에 올라 하늘을 보며 국제우주정거장(ISS)이 나타나길 기다린 적이 있다. 당시 한국 최초의 우주인인 이소연 씨가 러시아의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지구 궤도로 나가 ISS에 머물고 있을 때였다. 우주정거장은 예고한 시간과 위치에서 정확하게 나타났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서쪽 하늘을 가로질러 사라졌다. 지상에서 바라보는 우주정거장은 밝은 별과 다르지 않았다. 우주정거장은 지상 350㎞ 상공에서 초속 7.7㎞ 속도로 지구 주위를 선회하고 있었다.

우주로 나간 최초의 인간은 러시아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이다. 1961년 4월 ‘보스토크 1호’를 타고 지구 밖으로 나갔다 돌아온 그는 “지구는 푸른빛이었다”는 말을 남겼다. 불과 23일 뒤에는 앨런 셰퍼드가 미국인 최초로 우주비행을 실시했다. 이후 미국과 러시아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국가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여 우주 개발 경쟁을 펼쳤다. 전 세계 13개국이 참여한 우주정거장은 냉전시대의 ‘대결’ 구도를 벗어난 ‘우주 협력’의 상징물이다.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 X’가 지난 31일(한국 시간) 첫 민간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곤’을 성공적으로 쏴 올렸다. 그리고 두 명의 비행사가 탑승한 우주선은 19시간 후에 국제 우주정거장과 도킹에 성공했다. 국가 주도가 아닌 새로운 민간 우주 탐사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뜻깊은 유인 우주선 발사와 도킹이었다. 이는 ‘괴짜 사업가’로 불리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오랜 집념의 결과이기도 하다. 스마트폰으로 발사와 도킹 장면을 지켜보면서 부러움과 조바심의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한국에서도 공상 같은 상상력을 바탕으로 우주를 사업 무대로 삼는 ‘괴짜 사업가’들이 많이 배출됐으면 좋겠다. 선진국들의 우주 개척의 역사는 유럽 열강들이 경쟁적으로 탐험과 무역에 나섰던 ‘대항해 시대’를 연상시킨다. 우리 역시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우주 개척에 뛰어들어야 할 것이다. 우주정거장을 지상에서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가까운 훗날 한국형 발사체로 로켓을 발사하고, 우주 정거장과 도킹하는 한국 우주인을 상상해 본다.

/송기동 문화2부장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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