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장사
2020년 05월 29일(금) 00:00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가장 잘 활용한 이는 히틀러일 것이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은 역대 올림픽을 포함한 모든 스포츠 대회 가운데 정치적으로 이용된 최고의 대회였다. 히틀러는 거액을 들여 건설한 스타디움에서 8만 명의 독일인이 일제히 손을 들고 ‘하이! 히틀러’를 외치게 함으로써 나치즘을 중심으로 민족 단결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거뒀다.

특히 히틀러는 나치 체제를 과시하기 위해 새로운 행사를 고안해 냈다. 근대 올림픽 이후 최초로 성황 봉송을 시도한 것이다.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채화된 성화를 발칸 국가 등 7개국 1500명의 젊은 주자들이 3000여 ㎞를 이어 달려 대회장으로 운반하는, 오늘날 성황 봉송과 같은 모습이었다.

겉으로는 올림픽을 통한 세계평화를 강조했지만, 3년 뒤 1939년 폴란드 침공을 시작으로 2차세계대전을 일으킨 그는 유럽을 지옥으로 몰아넣었다. 이 과정에서 성화 봉송을 통해 얻은 지리적 정보가 이용됐다고 한다. 상당수 군사 전문가들은 애초 히틀러가 진격로 확보를 위해 성화 봉송 이벤트를 고안한 것으로 보고 있다.

히틀러만큼 올림픽에 집착한 현대 정치인으로는 일본의 아베 총리를 들 수 있겠다. 아베 정권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통해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 2013년 개최권을 따낸 이후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었다. 더욱이 안정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일부 종목의 후쿠시마 개최와 후쿠시마 식자재 사용을 주장하는 등 방사능 올림픽이라는 비판에도 안하무인 격의 행보를 보여 왔다. 특히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이랄 수 있는 ‘욱일기’ 응원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아시아 전쟁 피해 국가들의 반발도 샀다.

아베 정권의 올림픽에 대한 집착은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도 외면했다. 세계인들의 우려를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 3월 초까지만 해도 올림픽 개최를 고집했다. 결국 3월12일 WHO가 ‘코로나19’의 팬데믹을 선언하고 나서야 올림픽 개최 연기에 합의했다. 그 과정에서 아베 정권은 ‘코로나19’ 방역의 골든타임을 놓쳤으니 자업자득이다.

/채희종 사회부장cha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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