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장로 아스팔트
2020년 05월 28일(목) 00:00
아스팔트 도로가 자동차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접지력이 뛰어나 엔진의 힘을 바퀴에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자동차 속도가 크게 높아질 수 있었다. 아스팔트는 석유 원유 성분 가운데 휘발성 유분이 대부분 증발하고 남은 찌꺼기다. 이를 약 5%정도만 골재와 돌로 섞으면 검은색 도로가 되는 것이다.

아스팔트의 쓸모가 자동차 도로 포장에 있다는 것을 인류가 안 것은 1870년의 일이다. 벨기에 화학자 에드먼드(Edmund J. DeSmedt)가 뉴욕 시청 앞 도로에 아스팔트를 깔았을 때 이를 경험한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조용한 데다 뛰어난 승차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아스팔트는 기원전 3000년경 메소포타미아 수메르인이 조각상을 만드는 데 사용했으며, 바빌로니아인들은 건축 접착제로 썼다는 흔적이 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1800년대 후반 인공적으로 대량 생산하면서 가격까지 저렴해진 아스팔트는 세계 곳곳의 도시 공간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도시가 자동차로 뒤덮이면서 검은색 도로가 더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스팔트 도로에도 단점은 있다. 주위 온도를 더 높이는 경향이 있으며, 흡수한 열을 잘 방출하지 못해 잘 물러지는 등 내구성이 약하다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는 신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절대 극복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시멘트와 함께 도시를 삭막하게 하는 대표적인 소재이면서, 사람이 아닌 자동차에 적합한 근본적인 한계가 그것이다.

동구청이 예향 광주의 상징이자 대표 가로인 충장로를 아스팔트로 채웠다. 10여 년 전 약 40억 원을 들여 아스콘이었던 바닥 재질을 화강암 보도블록으로 교체한 뒤, 다시 검은색 아스팔트로 되돌아간 것이다. 충장로에 수시로 자동차가 드나들면서 곳곳이 파손되고, 애초 바닥 다짐공사가 부실했으며, 땜질 처방에 그칠 수밖에 없는 재정 형편 등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검은색 아스팔트로 덮으면서 불편함만을 해소하겠다는 단순한 행정이 도시의 대표 거리를 망쳐버린 듯 하다. 충장로는 사람이 다니는 길이다.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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