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妄想)
2020년 05월 27일(수) 00:00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지 어느덧 40일이 지났다. 국회는 새 주인을 맞느라 분주하고, 각 정당도 원 구성 협상과 상임위 구성을 위해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야권 일부 정치인과 극우 보수 측에서는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선거 조작’이라는 망상(妄想)에 빠져 있다.

망상은 논리적 불합리나 모순된 증거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믿음이나 지각이 지속되는 상태를 말한다. 이는 사고의 이상 현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최근 미래통합당 민경욱 의원의 ‘선거 조작’ 주장은 망상으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망상의 대열에는 보수 야당인 통합당이 총선에서 대참패를 당해서인지 일부 극우 유튜브 채널까지 가세하면서 좀처럼 끝날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연일 새로운 선거 조작 증거라고 황당한 주장을 내놓고 있는 민 의원의 망상에 대해 같은 당 의원들도 진저리를 치는 듯하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기승전결이 전혀 안 맞는 음모론’이라고까지 비판했고, 당 지도부도 투표 조작 주장은 근거 없다고 결론 내렸다. 통계청장 출신의 같은 당 유경준 당선인도 민 의원이 선거 조작의 근거로 인용한 월터 미베인 교수의 이포렌식 분석 방식에 오류가 있다고 반박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민 의원은 자신을 비판하는 같은 당 동료들까지 ‘좌파’라고 몰아세우면서 여전히 선거 조작 망상에서 빠져 있다. 앞서 일부 극우 보수 지지층은 미국 백악관 게시판에 대한민국 선거 조작 의혹을 밝혀 달라는 내용의 청원까지 올리면서 나라 망신을 시키기도 했다. 선거 조작 망상은 대한민국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폄훼하는 행위다. 코로나19 속에 더욱 빛을 발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시민의식, 선진 선거 행정 등을 깡그리 무시한 것이다.

선거에서 지면 억울한 게 인지상정이긴 하다. 하지만 공신력 있는 정치인이 있지도 않은 일을 마치 사실인 양 믿거나, 이치에 맞지 않게 허황된 생각을 하면서 선동까지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선거 조작을 주장하는 이들이 하루 빨리 망상에서 벗어나 이성을 찾았으면 한다.

/최권일 정치부 부장 ck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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