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생마사
2020년 05월 26일(화) 00:00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8일 여야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초청, 오찬 회동을 갖는다고 한다.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여야의 ‘협치’ 실현을 위한 테이블로 보여 주목된다. 협치는 상대의 존재와 역할을 인정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정국을 풀어 가는 것을 말한다. 대통령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된 우리의 정치 구조상, 대통령이 먼저 야당에 손을 내밀어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 협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지난 20대 국회는 ‘여소야대’ 다당제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작됐지만, 협치는 실종되고 물리적 충돌과 장기 공전이 거듭되면서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 속에 29일 문을 닫게 됐다. 20대 국회가 최악의 평가를 받는 만큼 30일부터 시작되는 21대 국회에 대한 민심의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치권이 마주한 현실은 엄중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후폭풍은 IMF 외환위기(1997년), 금융위기(2008년) 때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민생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고 사회·경제적 양극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위기 극복을 위해 팔을 걷어붙여야 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서는 여야 모두 과거를 뒤돌아봐야 한다. 177석의 슈퍼 여당이 된 민주당은 지난 17대 총선에서 과반을 얻고도 실패한 열린우리당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지난 대선부터 지방선거 그리고 이번 총선까지 연전연패한 미래통합당도 ‘전투적 보수 정치’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새로운 보수의 길을 열어야 한다. 그 접점의 출발은 협치가 돼야 한다.

우생마사(牛生馬死)라는 말이 있다. 급류에서 헤엄을 잘 치는 말은 물살을 거스르려다 죽고, 물에 서툰 소는 오히려 물살에 몸을 실어 목숨을 건진다는 뜻이다. 여야 모두 정치적 기득권을 위한 투쟁보다는 민생을 위해 한 걸음씩 물러나는 지혜가 요구된다. 무슨 일이든 첫 단추가 중요하다. 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의 회동을 계기로 21대 국회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열어 갈 수 있는 협치 시스템이 가동되기를 기대해 본다.

/임동욱 선임기자 겸 서울취재본부장 tu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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