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과 편집
2020년 05월 22일(금) 00:00 가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한국편집기자협회는 당초 ‘5·18 특별 세미나’를 광주에서 열기로 했었다. 전국 45개 일간 신문과 통신사 기자 100여 명이 모여 ‘5·18과 편집’을 주제로 토론하는 자리다. 토론에 이어 국립5·18묘지 참배도 계획돼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지속적인 확산으로 무산되고 말았다.
이에 협회는 광주전남에서 유일한 회원사인 광주일보에 ‘5·18 편집기’라는 글을 의뢰해 한국편집기자협회보와 협회 홈페이지에 싣는 것으로 세미나 행사를 대체했다. 필자는 5·18 관련 기사의 편집 의도를 담은 ‘그 해 오월 금남로에 있었다 … 40년 지난 오늘도 그날을 편집한다’는 글을 보냈다.
그 글에도 소개했지만 필자는 5·18 20주년인 2000년, 희생자 339명의 얼굴을 5개 면에 넣고 ‘오월광주 붉디붉은 꽃 넋들 민주제단의 횃불로 타오르다’라는 제목을 달았다. 희생자가 얼마나 많은지를 지면을 통해 보여 준 것이다. 2017년 5·18 36주년에는 박근혜 정부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금지하자 원곡 악보 사진을 1면에 올리고 ‘광주는 임을 부르고 싶다’라는 제목을 붙였다.
2018년 5월 10일자에는 1980년 5월 27일 아침 도청 학살 직후 계엄군 소준열 전교사령관과 박준병 사단장이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을 실었다. 이 사진엔 ‘광주가 통곡할 때 이들은 웃고 있었다’ ‘가슴엔 확인사살, 얼굴엔 살인미소’라는 제목을 달았는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해에는 국회에서까지 왜곡과 망언이 끊이지 않자 ‘못 밝힌 진실 못 끊은 왜곡’ ‘광주에 悲(비)가 내린다’는 제목으로 편집했다.
올해 40주년 기념식은 5·18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처음으로 옛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열렸다. 행사 주제는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였다. 발포 명령과 암매장 등 진상을 규명하려는 의지를 담아 5·18의 심장인 도청 앞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부르는 모습을 보니 새삼 감회가 새로웠다.
기사의 성격은 제목에 의해 좌우되고 역사적인 사실도 편집을 통해 인식된다. 편집기자들이 적확한 제목 한 줄을 뽑기 위해 고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제관 편집1부장 jkyou@kwangju.co.kr
그 글에도 소개했지만 필자는 5·18 20주년인 2000년, 희생자 339명의 얼굴을 5개 면에 넣고 ‘오월광주 붉디붉은 꽃 넋들 민주제단의 횃불로 타오르다’라는 제목을 달았다. 희생자가 얼마나 많은지를 지면을 통해 보여 준 것이다. 2017년 5·18 36주년에는 박근혜 정부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금지하자 원곡 악보 사진을 1면에 올리고 ‘광주는 임을 부르고 싶다’라는 제목을 붙였다.
기사의 성격은 제목에 의해 좌우되고 역사적인 사실도 편집을 통해 인식된다. 편집기자들이 적확한 제목 한 줄을 뽑기 위해 고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제관 편집1부장 jk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