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와 기억
2020년 05월 21일(목) 00:00
잔잔한 기타 연주에 맞춰 한 여자가 노래를 부른다. 베네수엘라 가수 솔레다드 브라보다. 내게는 낯선 그녀가 부르는 노래는 ‘사령관이여 영원하라’(Hasta Siempre Commandante). 가사를 모르고 들어도 애조 띤 선율과 맑은 목소리가 마음에 와닿는 이 노래는 가사 속에 등장하는 한 단어 덕분에 ‘잊히지 않는 곡’이 됐다. 바로 ‘체 게바라’.

‘체 게바라여 영원하라’로 불리기도 하는 이 노래는 쿠바 음악인 카를로스 푸에블라가 작곡했다. 사르트르가 ‘20세기 가장 완전한 인간’이라 칭했던 체 게바라는 서른아홉의 나이에 볼리비아에서 총살당했다. 이후 이 노래는 그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노래가 되어 존 바에즈 등 많은 가수들이 불렀다. 번역된 가사 중에 이런 대목이 있다. “우리의 지도자 체 게바라여!/ 여기 당신의 존재가 갖는 선명하고 깊은 투명함이 남아 있습니다.”

5·18 40주년. ‘선명하고 깊은 투명함으로 남아 있는 이들‘에 대한 애도와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음악으로, 그림으로, 연극으로, 책으로 그들을 기억한다. 갤러리 ‘예술공간 집’에서 열리고 있는 ‘강연균의 하늘과 땅 사이-5’(24일까지)전이 기억하는 ‘그들’은 아련하다. 그해 5월27일 YWCA를 사수했던 어느 시민군의 모습은 철모 가득 고인 붉은 피와 먹다 남은 빵 한 조각으로 기억됐다. 항쟁에 동참하지는 못했지만, 함께 울분을 토하고 분노하던 당시 한 사내의 모습은 ‘젊은이’라는 작품으로 기억됐다.

며칠 전 열린 5·18 40주년 기념식 헌정 공연 ‘내 정은 청산이요’의 애도 역시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아카데미 수상작 영화 ‘기생충’의 음악을 맡은 정재일 음악감독과 장민승 영화감독이 함께 만든 작품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과 ‘육자배기’ ‘씻김굿’ 그리고 ‘랩’ 등으로 구성된 음악과 옛 국군광주병원, 옛 광주교도소 등 항쟁의 현장들을 담아 마치 한 편의 현대미술 작품처럼 구성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와 정재일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는 이 작품은 27일 하루(오전 11시, 오후 3시20분, 오후 7시20분) 광주극장에서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김미은 문화부장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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