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쎄쎄쎄’
2020년 05월 18일(월) 00:00 가가
말과 글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거나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널리 알려진 과거 사례’를 끌어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듣거나 보는 사람들이 편안하고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는 데다, ‘과거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는 근거를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내로라하는 수많은 ‘오피니언 리더’들이 글을 쓰거나 강연을 하면서 논어·맹자·삼국지 등 동양의 유명한 고전이나 역사적으로 잘 알려진 ‘고사’를 즐겨 사용한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개인의 사고방식과 방향을 결정하고 또 타인을 설득하는 데 사용되는 대부분의 고사나 서적들이 동양 특히 중국에서 전래된 것이라는 점은 곰곰이 생각해 볼 만한 대목이다. 과거엔 민초들의 문맹률이 높았던 만큼 지금까지 인구에 회자되는 고사나 서적들은 중국 중심의 ‘군주제와 사대주의’에 익숙한 당시 엘리트들의 사고방식이 크게 반영된 것이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로 이어지는 군사독재가 민중의 치열한 저항 속에서도 어떻게든 유지되고, 결국엔 촛불 혁명으로 무너져 내린 박근혜 정부가 애초 출범이나마 할 수 있었던 것도 일부 국민의 무의식에 스며든 ‘군주제와 사대주의’의 영향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대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타국의 정신과 문화가 ‘새로운 글로벌 표준’으로 떠오르는 21세기 한국인의 삶과 정신을 아직까지 옭아매고 있지나 않은지 생각해 볼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주 한국민속학회가 ‘쎄쎄쎄’나 ‘고무줄놀이’ 등 우리의 전통 놀이 일부가 일본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민족 고유의 정신과 문화에 일본 제국주의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재확인해 주는 것이다. 아직까지 친일의 잔재가 청산되지 않고 있는 것도 우리 무의식 깊숙이 숨어 있는 일본 정신이 민족혼을 갉아먹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싫다고 해서 과거를 제자리로 돌이킬 수는 없는 일이다. 문제는 과거를 청산하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다. 민족의 미래를 밝히기 위해서는 과거의 시각과 기준에 자신도 모르게 안주하고 있지나 않은지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홍행기 정치부장redplane@kwangju.co.kr
싫다고 해서 과거를 제자리로 돌이킬 수는 없는 일이다. 문제는 과거를 청산하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다. 민족의 미래를 밝히기 위해서는 과거의 시각과 기준에 자신도 모르게 안주하고 있지나 않은지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홍행기 정치부장redplan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