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의 힘
2020년 05월 12일(화) 00:00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로 취임 3주년을 맞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진행한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을 통해 남은 임기 2년 동안 당면 과제인 방역에 있어 ‘1등 국가’가 되는 것은 물론 한국형 뉴딜 정책으로 경제 위기를 넘고 고용 안전망 확대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세계의 모범이 되겠다는 구체적 포부를 밝혔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후폭풍에 휘청이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이러한 자신감은 높은 국민적 지지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 취임 3주년을 앞두고 실시된 한국 갤럽의 여론조사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은 무려 71%를 기록했다. 5년 단임제 개헌 이후, 취임 3주년을 앞둔 대통령의 지지율이 70% 선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이유로는 코로나19 방역 대처를 잘했다는 단기적 측면도 크지만 근본적 배경은 그동안 보여 온 국정 운영의 ‘진정성’에 있는 듯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현재 문재인 정부가 내세울 만한 성과는 그리 크지 않다. 대표적 경제 정책인 소득 주도 성장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한반도 비핵화 시계도 북미 관계 경색으로 멈춰 선 지 오래다. 여기에 장기화된 적폐청산 논란과 활기를 찾지 못하는 민생 경제, 조국 사태로 인한 민심 분열 등도 대통령으로서는 아픈 지점일 것이다.

그럼에도 지지율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한반도 평화, 공정과 정의, 혁신 성장 등으로 대변되는 미래 가치를 위한 문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분투 때문이라는 평가다. 여기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보태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높은 지지율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기대는 높고 현실은 위기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진정성의 힘은 결국 현실적 삶에 기반한다. 높은 지지율을 민생의 성과로 연결해야 하는 것이 남은 임기 2년 동안 문 대통령이 이뤄 내야 하는 최대 과제다. 촛불 혁명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오만을 경계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적 소통을 통해 미래를 열어 가는 지혜가 요구되고 있다.

/임동욱 서울취재본부장 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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