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
2020년 05월 11일(월) 00:00 가가
사랑은 인간의 가장 보편적인 감정이다. 인간은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사랑을 추구하는 존재다. 미국 시인 에밀리 디킨슨은 “사랑에 흥미를 잃으면, 우리는 다른 물건들처럼 사랑을 서랍 속에 넣는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은 사람들의 기억이라는 서랍 속에는 사랑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그리스신화 가운데 사랑의 배신과 징벌을 다룬 ‘메데아 이야기’가 있다. 콜키스 왕의 딸 메데아는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고 제이슨이라는 남자를 사랑한다. 메데아의 도움으로 부를 축적한 제이슨은 얼마 후 코린토 왕의 딸 크레우사와 불륜에 빠진다. 메데아는 축하의 선물로 크레우사에게 가운을 보내는데, 입기만 하면 불이 붙어 죽게 되는 마법의 옷이다. 결국 크레우사는 불에 타 죽고, 메데아는 제이슨과의 사이에 낳은 아이까지 살해한다.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장안의 화제다. 지난 12회 시청률이 24.3%를 기록, 역대 비지상파 드라마 시청률 1위였던 ‘SKY 캐슬’ 최고 기록인 23.8%를 갱신했다. 특히 그리스신화 메데아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했다는 영국 드라마를 한국 정서에 맞게 각색해 이목을 끌었다. 사랑이라고 믿었던 부부의 연(緣)이 배신으로 틀어지면서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다. 얽히고설킨 관계와 내밀한 심리 묘사, 섬세한 눈빛 연기가 돋보이면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드라마가 보여 주듯이 부부만큼 신비로운 관계도 없다. 대부분 사랑으로 시작하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 탓에 우역곡절을 겪기 마련이다. 주창윤 서울여대 교수는 그의 저서 ‘사랑의 인문학’에서 ‘사랑은 끊임없는 발견’이라고 정의했다. 사랑은 ‘나에 대한 발견으로 시작해서 타자에 대한 발견, 그리고 둘 사이를 메우는 불완전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히브리어에 ‘에제르 커네게드’라는 말이 있는데, 부부로서 서로 ‘돕는 배필(配匹)’을 의미한다. 가정의 기초이자 사회의 근원인 부부는 조력의 관계에서 비롯됐음을 알 수 있다. 사랑마저 인스턴트화되는 시대, 참사랑은 무엇일까? 가정의 달 5월에 부부의 세계를 생각해 본다.
/박성천 문화부 부장skypark@kwangju.co.kr
히브리어에 ‘에제르 커네게드’라는 말이 있는데, 부부로서 서로 ‘돕는 배필(配匹)’을 의미한다. 가정의 기초이자 사회의 근원인 부부는 조력의 관계에서 비롯됐음을 알 수 있다. 사랑마저 인스턴트화되는 시대, 참사랑은 무엇일까? 가정의 달 5월에 부부의 세계를 생각해 본다.
/박성천 문화부 부장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