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2020년 05월 01일(금) 00:00
“말할 수 있는 것은 명료하게 말하고,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라.” 20세기 가장 위대한 철학자 중 한 명인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 그는 ‘논리-철학논고’라는 100쪽도 안 되는 한 권의 책으로 31세 나이에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에게 철학은 ‘언어를 통한 사고의 논리적 명료화’다. 언어와 세계는 일대일 대응 관계에 놓여 있고, 언어는 세계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따라서 세계를 이해하려면 언어를 분석하면 된다는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은 1889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났다. 그는 ‘유럽의 철강왕’으로 불릴 정도로 재력가인 부친으로부터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았지만, 형제들과 예술가들에 다 나눠 주고 작은 오두막집에서 극도로 청빈한 삶을 살았다.

우리 주변에도 비트겐슈타인처럼 나눔의 정신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다. 얼굴 없는 기부자들과 사회 공헌에 앞장서는 기업이 그들이다. 코로나19의 국가적인 재난 속에서도 ‘나눔과 연대’는 계속된다. 전남 곳곳에서도 재난기본소득으로 취약 계층 아이들을 돕는 ‘기부 릴레이’가 펼쳐지고 있다.

철학에서 모든 형이상학의 문제들은 언어가 왜곡돼서 만들어진 가짜 문제이자 헛소리라고 비판한 비트겐슈타인이 만약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쏟아지는 거친 말들을 듣는다면 어떻게 이해하고 분석할까. 가짜뉴스가 사실을 왜곡하고, 막말이 정치를 오염시키며, 인터넷엔 심각한 언어 파괴가 일어나고 있는 이 현상을 본다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인물은 김종인과 김정은이다. 지난 총선에서 참패한 통합당은 김종인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는 문제를 놓고 자중지란에 빠졌다. 말은 삶의 과정과 품격을 말해주는데 막말이 난무한다. 거침없이 내뱉는 막말은 언어 자체를 부끄럽게 한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신변 이상설에 대해서도 근거 없는 가짜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탈북자 출신 태영호 국회의원 당선자의 무책임한 발언들은 너무 아전인수식이어서 듣고 있기가 민망할 정도다.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논고’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유제관 편집1부장 jk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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