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펭귄
2020년 04월 28일(화) 00:00
지난 25일은 ‘세계 펭귄의 날’이었다. 온난화와 환경오염 등 생태계 파괴로 점차 사라질 위기에 처한 펭귄을 보호하고 기억하기 위한 날이다.

4월 25일을 전후해 남극의 펭귄들이 북쪽으로 이동한다는 점을 감안해 이날을 세계 펭귄의 날로 지정했다고 한다. 어린이들의 대통령으로 자리 잡은 ‘뽀로로’(만화 주인공)로부터 시작해 최근에는 남극에서 ‘스타가 되기 위해’ 한국에 왔다는 설정으로 폭발적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펭수’에 이르기까지 펭귄 캐릭터는 전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남극의 펭귄이 처한 현실은 상상 이상으로 가혹하다. 온난화로 인해 해류뿐만 아니라 기상에도 변화가 일어나 펭귄들의 생활 터전인 빙하의 크기가 점차 작아지고 있다. 여기에 건강보조식품으로 이용하기 위해 크릴새우를 남획하면서 펭귄들의 생존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빙하에 붙어 식물성 플랑크톤을 섭취하는 크릴이 지난 40여 년 동안 70% 이상 줄어든 상황에서 최근 남획까지 이뤄지고 있어 덩달아 펭귄들의 개체수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이 국경 봉쇄 조치는 물론 사회적 거리 두기에 나서면서 생태계 복원의 조짐은 물론 대기 환경이 뚜렷이 개선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우·퓨마·산양·순록 등 각종 동물들이 도심에 출현하는가 하면 멸종 위기종인 바다거북·듀공·돌고래 등의 모습도 다시 보이고 있다. 여기에 공장 가동이 줄고 차량 이동이 제한되면서 화석연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질소 양도 크게 감소, 대기의 질이 크게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의 활동이 줄어들면서 지구에 잠시나마 숨통이 트인 셈이다. 우리나라의 겨울철 미세먼지 농도 역시 지난해보다 27%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는 전 세계의 경제와 교류를 셧다운시키고 있는 위기의 주범으로 꼽힌다. 하지만 생태계와 환경에 대한 깊은 성찰의 계기가 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지속 가능한 인류의 미래를 위한 또 다른 기회를 맞고 있는 셈이다.

/임동욱 선임기자 겸 서울취재본부장 tu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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