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술쟁이와 생쥐’
2020년 04월 27일(월) 00:00 가가
올해는 경자년(庚子年). 우리의 설화나 민화 속에 등장하는 쥐는 풍요·희망·기회를 상징한다. 올 초만 해도 적응력이 뛰어나고 영리한 ‘흰쥐의 해’를 맞았다는 기대로 들떴었다. 그러나 이후 발발한 코로나19로 올봄은 ‘빼앗긴 봄’이 되고 말았다.
쥐는 다산·총명·근면과는 다른 이미지로 기호화되기도 한다. ‘고양이 앞에 쥐’와 같은 표현이 그 예다. ‘요술쟁이와 생쥐’라는 이솝우화를 보자. 요술쟁이 집에 생쥐 한 마리가 고양이와 함께 살았다. 요술쟁이는 공포에 질린 생쥐를 위해 겉모습을 고양이로 바꿔 주었다. 하지만 생쥐는 이제 개가 무섭다고 징징댄다. 그래 다시 개로 변신시켜 주었더니 웬걸, 생쥐는 이번에는 호랑이가 무섭다고 한다. 실망한 요술쟁이가 이렇게 말한다. “너는 외양만 바뀌었지 속은 늘 생쥐다. 무엇으로 변한들 소용이 없으니 다시 생쥐가 되어라.”
21대 총선에서 여당은 자매 정당인 더불어시민당까지 포함해 180석을 차지했다. 87년 체제 이후 유례없는 거대 정당이 탄생한 것이다. 2016년 총선 때부터 이번 총선까지 처음으로 네 번 연속해서 승리를 거뒀다.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상대 탓에 개혁을 추진할 수 없다는 여당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 준 것이다. 어찌 됐든 일각에선 한국 정치 주류가 교체됐다는 분석까지 내놓는다.
세상을 바꾸는 개혁은 과감한 실천이 답이다. ‘정도전의 시대를 읽다’의 저자 김진섭은 정도전을 이렇게 평한다. ‘어느 한 분야에도 소홀함이 없이 자신의 능력과 열정을 담은 개혁 프로그램을 작성하여 새로운 이념과 문화에 의한 변혁을 시도한 인물’이라고. 다시 말해 ‘격변기의 혁명과 개혁’을 위해 ‘진보와 보수를 아우른’, 정치가 존재하는 이유를 명확히 보여 준 인물이라는 것이다.
다시 ‘요술쟁이와 생쥐’의 우화를 거론하자면, 문제의 실마리는 변화에 있다. 입법·행정·사법 모든 권력을 장악해도 그것은 외견상의 모습일 뿐이다. 안으로부터의 변화와 실천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개혁은 요원하다. 국민들은 언제까지나 표만 제공하는 마법의 요술쟁이가 아니다. 20대 국회를 끝으로 생쥐 같은 정치인은 더 이상 보지 않았으면 한다.
/박성천 문화부 부장skypark@kwangju.co.kr
다시 ‘요술쟁이와 생쥐’의 우화를 거론하자면, 문제의 실마리는 변화에 있다. 입법·행정·사법 모든 권력을 장악해도 그것은 외견상의 모습일 뿐이다. 안으로부터의 변화와 실천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개혁은 요원하다. 국민들은 언제까지나 표만 제공하는 마법의 요술쟁이가 아니다. 20대 국회를 끝으로 생쥐 같은 정치인은 더 이상 보지 않았으면 한다.
/박성천 문화부 부장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