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로 간 동물
2020년 04월 21일(화) 00:00
국회 회의장에 간혹 동물이 등장해 눈길을 끈 적이 있다. 동물을 데려온 국회의원들은 갖가지 명분을 내세웠지만, 시선을 끌기 위한 정치 쇼라는 비판이 많았다.

2010년 환경부 국감 때는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이 야생동물 불법 포획 문제를 지적하겠다며 토종 구렁이를 가져왔다. 당시 이만의 환경부장관이 ‘어떻게 뱀을 가지고 오셨는지 걱정’이라고 하자 차 의원은 “1000만 원 짜리 구렁이 잡다 걸려서 100만 원 벌금이면 저도 잡겠다”고 했다.

그해 서울시 국감에선 민주당 이윤석 의원이 낙지의 중금속 오염 문제를 거론하며 무안에서 산낙지를 공수해 왔다. 낙지 머리가 카드뮴에 오염됐다는 서울시의 발표에 판로가 막히자 항의 차원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 의원은 현장에서 민주당 의원들과 시식회를 열기도 했다. 2014년에는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이 환경부 국감에 ‘괴물 쥐’로 불리는 뉴트리아를 가지고 왔지만 국회 파행으로 회의장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12시간 이상 굶으면 죽을 가능성이 있다며 보좌진이 뉴트리아에게 포도를 주는 촌극이 빚어졌다.

2018년에는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동물원 퓨마 탈출 사건을 언급하기 위해 벵갈고양이를 반입했다. 김 의원은 사살된 퓨마와 비슷한 것을 가져오고 싶었다며 벵갈고양이를 등장시켜 언론의 주목은 받았지만 동물 학대라는 비난을 샀다. 동물의 저주인지 이들 의원들은 이후 모두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소품으로 등장하는 동물과 달리 실제 절실히 필요한 데도 정작 시각장애인 안내견은 그동안 국회에 들어올 수 없었다. 2004년 시각장애인 최초로 당선된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은 안내견 출입 불허 조치로 보좌진의 도움을 받아 본회의장에 들어가야 했다. 국회법에는 안내견 출입 불가 규정은 없지만 국회는 관행상 출입을 불허해 왔다.

이번에 미래한국당 김예지 당선자의 안내견 ‘조이’가 국회에 입성하는 첫 견공이 될 것 같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조이의 국회 출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요구하자 국회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내견 국회 출입으로 사람과 동물이 더불어 산다는 인식이 확산되길 바란다.

/장필수 제2사회부장 bung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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