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2020년 04월 20일(월) 00:00
고대 그리스 과학자 아르키메데스는 ‘왕관이 순금으로 만든 것인지, 아니면 은이 섞인 것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을 목욕탕에서 발견해 냈다. 탕 속에 몸을 담그다가 문득 ‘왕관을 물속에 넣어 무게를 달아 보면 황금의 밀도를 측정할 수 있겠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이때 그는 ‘유레카!’(‘알아냈다!’)라고 외치며 알몸으로 거리로 뛰쳐나갔다고 전해진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통찰의 순간’으로 기록될 장면이다. 깨달음의 순간, 아르키메데스의 뇌 속에서 벌어진 ‘광란의 호르몬 세례’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최근 제시됐다. 미국 드렉셀대 과학자들이 ‘창조적 사고와 행위가 뇌의 보상회로를 자극해 중독성 약물을 먹었을 때와 비슷한 쾌감을 준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깨달음의 순간’으로 알려진 창조적 통찰이 인간의 기본적 즐거움에 반응하는 뇌 보상 체계의 ‘폭발적 활성화’를 이끌어낸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통찰이 이뤄지는 과정은 대체로 비슷하다. 아무리 해도 풀리지 않던 문제의 해결책이 섬광처럼 갑자기 다가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통찰에 이르기 위한 전제 조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르키메데스처럼 해법을 찾기 위해 오랫동안 오매불망 집중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총선 개표가 마무리된 지난 16일 새벽, 몇 달 간의 선거 과정을 되새기며 TV를 지켜보던 우리 국민은 몇 가지 반짝이는 통찰을 얻었다. 대다수 국민이 현 정권을 지지하며, 앞으로도 안정적인 국가 운영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투표를 통해 4년마다 민심의 속살을 들여다보며 얻게 되는 통찰의 내용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을 수는 없다. 또 모든 통찰이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통찰은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촉매가 될 때에만 의미가 있다. 이번 선거는 촛불 혁명 이후 국민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리고 우리나라가 어느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 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총선 당선자들이 4년 후 국민으로부터 후한 평가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당신들 덕분에 삶이, 세상이 더 나아졌다”며.

/홍행기 정치부장 redplane@kwangju.co.kr

실시간 핫뉴스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