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2020년 04월 14일(화) 00:00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꽃은 또 피고 진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유난히 쓸쓸했던 올봄. 길가의 벚나무들이 일제히 꽃망울을 터트려 매달린 흰 꽃들이 눈부시더니, 지난 주말 몰아친 비바람에 눈송이처럼 분분히 흩날리며 대지 위에 내려앉았다.

꽃은 지고 봄은 가는데, 4·15 총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동의하기 어려운 과한 비유이긴 하지만 ‘정치의 꽃은 국회의원’이란 말이 있다. 정치적 상징성은 물론, 정권 창출의 꿈과 권력의 핵심에 진입할 수 있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과거 역대 총선에서 늘 그러했듯이 이번 총선에서도 수많은 ‘정치의 꽃’들이 피고 질 전망이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호남에 부는 민주당 바람은 가히 태풍이라 할 만큼 거세다. 지역 정치권에선 민주당의 싹쓸이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호남 중진 의원들을 비롯한 야당 및 무소속 후보들은 민주당 바람을 온몸으로 힘겹게 버티고 있는 형국이다. 막판까지 ‘묻지 마 지지’가 아니라 ‘능력’을 보고 투표해 달라며 애타게 호소하고 있지만 민심의 바람은 더욱 거세기만 하다.

이를 반영하듯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사전 투표율은 역대 최고인 26.69%를 기록했다. 전남의 투표율이 35.77%로 가장 높았고 광주도 32.18%로 평균치를 훌쩍 넘겼다. 결국 선거일인 내일, 운명은 결정될 것이다. 누군가는 환호하고 또 누군가는 눈물을 삼키며 아쉬움을 표할 것이다. 일찍이 조지훈 시인은 그의 시 ‘낙화’에서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고 노래했다. 바람이 아니더라도 피어난 꽃은 언젠가 떨어지는 것. 시인은 꽃이 지는 데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질서를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꽃은 질 수밖에 없고 어쩌면 오히려 바람이 있기에 낙화가 더욱 아름다울 수도 있을 것이다. 봄이 가야 여름이 오고 꽃이 져야 열매를 맺는다. 세상사의 단순한 이치이자 자연의 섭리다. 늘 그랬듯이 민심의 선택은 때론 냉혹한 것 같지만 강물이 바다에 이르듯 거대한 시대적 흐름을 형성한다. 그렇다면 이번 총선에서 광주·전남 민심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임동욱 선임기자 겸 서울취재본부장 tu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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