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배우다
2020년 04월 09일(목) 00:00
“안녕하세요?” 어제 아침 출근길, 집 근처에서 한 소녀의 인사를 받았다. 벚꽃 아래를 걸어오는데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로 보였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인사를 주고받는 일은 많지만, 아파트 안도 아니고 길거리에서 인사를 받으니, 처음엔 아는 집 아이인가 싶었다. “너 나를 아니?” 하고 물었더니 그건 아니라며 환하게 웃는다. “그래 너도 오늘 잘 지내라.” 한마디 건네고 전철역까지 가는데, 계속 기분 좋은 웃음이 나왔다.

며칠 전, 음악방송을 듣다 본 채팅 창의 대화글들이 떠올랐다. 계절이 계절이다 보니 꽃 이야기들이 한창이었다. 벚꽃과 개나리, 난생 처음 들어 본 봄까치꽃까지 다양한 꽃 이야기가 오갔다. 그중 인상적이었던 건 “집에 늘 꽃을 꽂아 두는데 식물에서 꽃이나 꽃봉오리를 잘라 낸 ‘절화’(切花)를 사 오면 초등학생 아들이 울어서 카라 등 구근을 사 온 후 키워 꽃을 본다”는 대목이었다. 순간, “저런 마음은 어디서 오는 걸까?” 가슴이 저릿했었다.

좋아하는 작가 정혜윤의 ‘삶을 바꾸는 책 읽기’에서 만난 ‘호수’라는 초등학교 5학년 남자 아이도 인상적이었다. 아이는 ‘저녁 시간인데도 손님 하나 없는 식당에서 할머니가 혼자 식탁 닦는 모습’이나 ‘손님도 없는데 불 켜 놓고 전기세만 나가는 가게’를 보며 슬픔을 느낀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일상이 멈춰 버린 요즘, 이기적인 어른들을 뜨끔하게 하는 아이들의 감동 사연이 이어지고 있다. “2011년생이어서 오늘 약국에서 마스크를 샀어요. 아픈 사람들 위해 써 주세요”라고 쓴 손편지와 함께 마스크 두 장을 보낸 경기도 남양주의 초등학생이나 “뉴스를 보다가 약국에 줄 서 있는 할머니·할아버지가 안타까워 마스크를 나눠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울산의 초등학생 남매. 저금통을 털어서 산 마스크를 기부하며 “꼭 필요한 친구에게 나누어 주세요”라고 부탁한 아이 등.

그러고 보면 영국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시 ‘무지개’(The Rainbow)에 등장하는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구절은 영원한 진리인 듯하다. 한때 모두 아이였던, 우리들은 언제부터 작은 나눔에도 인색한, 그런 어른이 된 걸까.

/김미은 문화부장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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