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2040] 또 다른 감염병, 경기 침체에 대비하자
2020년 03월 16일(월) 00:00

차승세 위민연구원 이사

위기가 일상화된 요즘이다. 집단 전염력 때문에 일상이 불안해졌다. 거리에는 사람이 줄었고 그나마 보이는 사람들은 죄다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단체 모임이 취소되고 골목 가게는 텅텅 비었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늘어선 줄은 마치 전시(戰時)라도 되는 듯 하다. 틀린 말도 아니다. 우리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국가 재난인 코로나19라는 감염병과 전쟁 중이며, 그에 따른 경제 위기에 대비 중이다.

한국 내 확진자를 급증시켰던 신천지 집단 감염이 줄어드는가 싶더니 또 다른 형태의 감염자가 늘어나고 있다. 감염 경로를 알기 힘든 여러 형태의 감염 확산은 전 국민을 불안과 공포로 떨게 한다. 일상의 멈춤은 우리 경제에도 위기 의식을 감돌게 한다. 게다가 세계보건기구가 팬데믹을 공식 선언하면서 세계 경제는 큰 충격에 빠졌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경제 규모가 큰 국가와 맞물려 돌아간다. 한국만 호황을 누리기도 어렵고 한국만 단독으로 경기 침체를 겪는 것도 흔하지 않다.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의 차질이 심히 우려되는 대목이다.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세계 경제 위기는 수요가 줄어 경기 침체가 발생했지만, 공급 부족 사태로 생산량이 줄어 경기 침체가 일어날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

높아지는 위기의식 속에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감염병이 사라질 때까지 마냥 웅크리고 있을 일은 아니다. 코로나로 목숨을 잃는 사람도 있지만, 속수무책 무너지는 지역 경제로 인해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나올까봐 두렵다.

광주 광산구에서는 개학 일자에 맞춰 어떻게 지역 상권을 살릴지 고민하고 있다. 경직돼 있지 않고, ‘지역 경제 살리기’를 위해 감염병과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이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경기 침체’라는 감염병을 극복하기 위해 ‘CDEF’이론을 주장한다.

‘CDEF이론’은 ‘Corona19, Deflation, Economic recession, Fight against Corona19 with citizen’의 앞 글자를 따왔다. 코로나19 장기화와 팬데믹은 물가가 떨어지고 경제 활동이 침체되는 현상인 디플레이션(Deflation)을 초래하게 된다. 기업 활동 둔화와 생산 고용 감소는 통화량 부족을 일으켜 경기 침체(Economic recession)의 우려를 낳는다. 고로 시민과 함께 집단 지성의 힘을 모아 코로나와 맞서 싸우는(Fight against corona19 with citizen) 전략이 필요하다. 보통 2분기 이상 마이너스 성장이면 경기 침체라고 하는데, 우리는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았다. 2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지역에서부터 수요 증대를 위한 경제 살리기를 시작해야 한다. 이것이 CDEF이론의 핵심이다.

곧 학교가 개학하면 집단생활이 시작된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개원하고 운영이 중단됐던 복지시설과 도서관도 다시 열릴 것이다. 더 이상 집단생활을 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동안 학습된 습관으로 개인 위생을 철저히 지켜야 할 것이고, 집단 시설의 방역 소독도 더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는 시작점인 것이다.

지역 경제 살리기는 이때를 맞춰 치밀하게 실행되어야 할 것이다. 수입이 중단됐던 문화예술인들을 골목 상권과 결합시켜 문화 공연을 활성화하고 골목 경제를 살려야 한다. 골목 가게들은 철저한 방역 소독을 통해 시민들을 안심시켜 계속 밖으로 나오게 해야 한다. 공공 행정은 잠시 중단했던 공공 예산 집행을 신속히 실행하여 시중에 돈을 푼다. 중앙 정부도 세금, 국채 등의 자금을 투입하고 공적 수요를 늘려 고용, 민간 소비 등을 늘리는 정치 정책인 ‘재정출동(財政出動)’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생활의 모든 것을 코로나19 이전으로 되돌려 놓되, 일상의 습관과 관습을 바꾸는 노력도 중요하다. 브레인 파크의 박동완 대표는 ‘코로나 이후를 준비하자’라는 글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세태에 대해 한탄하면서도 코로나 이후의 삶을 어떻게 리디자인할 것인지를 주장한다. “바이러스는 도시의 집중과 밀집의 산물이다. 나라의 구조와 개인의 삶을 개조해야 한다. 중앙에서 지방으로, 집중에서 분산으로, 대형 마트에서 골목 가게로, 도시 독점에서 도농 상생으로, 치료에서 예방으로, 성장에서 생명으로 가는 것이 앞으로의 방향인 것 같다”

지금까지 우리는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감염병이 초래한 경제 위기를 앞두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겠지만 코로나19는 결국 치료될 것이고 우리는 코로나19 이전의 삶으로 완벽하게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불황의 변곡점에서 제대로 된 처방을 내리지 못한다면 경기 침체라는 낫기 어려운 또 다른 감염병에 걸릴 수도 있다. 부작용이 없는 치료제는 없다. 어떠한 병이든 초기에 잡아야 빨리 치유될 수 있다. 약간의 부작용을 감수하더라도 과감하게 처방하는 것, 정치 지도자들이 결단해야 할 일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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