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구초심
2020년 02월 21일(금) 00:00 가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플레이한다’. 제목이 데카르트를 연상시키는 이 책은 이탈리아 축구선수 안드레아 피를로의 자서전이다. 날카로운 킥, 왕성한 활동량, 안정적인 볼 배급, 정교한 롱패스, 터프한 수비, 강력한 슈팅. 이 모든 능력을 갖춰 ‘그라운드의 철학자’로 불리는 그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현대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으로 올려놓았다.
그렇다면 피를로에 가장 근접한 한국 선수로는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 아마 기성용일 것이다. 광주 출신인 그는 2001년 순천중앙초등학교 때 차범근축구상 대상을 받으며 ‘대형 유망주’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광양제철중 1학년 때 호주로 축구 유학을 떠났고, 4년 뒤 돌아와서는 광주 금호고를 졸업한 뒤 곧바로 FC서울에 입단했다. 2008년 만 19세의 나이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그는 20세부터 대표 팀의 핵심 미드필더로 자리 잡았다. A매치 110경기에 출전해 10골을 넣었고 월드컵에도 세 번 출전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 신화’를 이뤘으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큰 발자취를 남겼다.
최근 2020 프로축구 스토브리그가 기성용의 복귀설로 후끈 달아올랐지만 결국 무산됐다. K리그 흥행을 이끌 빅카드였으나 FC서울과 전북현대 사이의 연봉 협상 등으로 잡음이 일더니 끝내 성사되지 못한 것이다. 스타들은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즈음이면 고향 팬들과 호흡하면서 지역 축구 발전에 기여하고 싶어 한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일까? 마라도나 등 많은 선수들이 은퇴를 앞두고 고향 팀에 복귀한 것도 그때문이었다.
야구에서는 박찬호가 지난 2012년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 18년 만에 고향 연고 구단인 한화 이글스에 복귀해 국내 프로야구 마운드에 올랐으며 이승엽도 고향 팀 삼성에서 은퇴했다. 하지만 축구의 차범근은 국내 팀으로 돌아오지 못했고 박지성도 PSV 에인트호벤 옷을 입고 은퇴 경기를 치러야 했다.
기성용은 지금 스페인이나 미국 또는 카타르 팀들과 입단을 조율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언젠가는 다시 국내로 돌아올 것이다. 그때 기왕이면 고향인 광주FC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었으면 좋겠다.
/유제관 편집1부장 jkyou@kwangju.co.kr
기성용은 지금 스페인이나 미국 또는 카타르 팀들과 입단을 조율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언젠가는 다시 국내로 돌아올 것이다. 그때 기왕이면 고향인 광주FC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었으면 좋겠다.
/유제관 편집1부장 jk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