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정신 새 횃불로 거듭나기를
2020년 02월 11일(화) 00:00

조영대 신부

우리 광주 시민 여러분, 새해에도 내내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올해는 5·18 민주항쟁 4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입니다.

광주시민은 전 국민과 함께 5·18의 진상이 제대로 규명되고 전두환이 저지른 죄악이 재판에서 유죄로 판결되어 40주년을 맞이하게 되기를 학수고대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바람은 또 무너지고 있습니다.

5·18 당시 헬기기총소사를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전두환. 그 재판 담당 장동혁 판사가 역사적으로 그 중요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도중에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판사직을 그만 둠으로써 재판에 큰 지장을 초래했습니다. 그는 피고인 전두환과 연계된 한국당의 국회의원으로 입후보함으로써 법조인으로서 최소한의 양심도 저버리고 매우 부적절하고 부도덕한 정치적 야욕을 드러냈습니다.

그동안 재판의 흐름을 되짚어 볼 때 장판사가 피고인 전두환 측의 재판 지연작전에 같이 편승하고 있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헬기기총소사에 대한 증거와 증언이 차고 넘치는데도 계속해서 피고인 전두환 측의 불합리한 증인 세우기를 받아들이며 1심 결판을 지연시킨 것은 결국 전두환 측에 대한 비호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장판사는 나이와 건강을 핑계 대는 피고 전두환을 광주지법의 재판에 불출석하는 것을 허가했던 사람이기도 합니다. 사실 전두환은 최근에도 골프나들이와 호화오찬을 하는 등, 건강상에 문제가 전혀 없었음이 입증됐음에도 장 전 판사는 검찰의 전두환 재판 불출석 허가에 대한 재고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최대한 공정히 재판을 진행”했다지만 수구 기득권당 한국당에 깊이 연루된 정치판사였음이 드러났습니다. 그는 일찍이 어느 인터뷰에서 “판사는 천직”이라 했던데, ‘천직’이라는 단어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는 이번 행태를 통해 판사를 ‘하늘이 내려준 신성한 직책’이 아니라 ‘천한 직책’이라고 치부하고 만 것입니다. 정치가 뭐가 그리 좋아서 그 많은 지탄을 받아가면서 신성한 법복을 벗고 정치에 뛰어드는 것인지 참으로 한심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2년 가까이 재판관련 막대한 자료와 증언이 쌓여있는데, 세 번째로 부임할 판사가 이를 검토하는 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그럼에도 장판사는 재판 일정에 차질을 안겼다는 지적에 대해서 “2개월 정도 늦어지는 것”뿐이라고 했습니다.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5·18 40주기를 앞두고 1심 재판이 마무리되지 않을 것을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혀만 차고 있을 일이 아니라 5·18 재단과 변호인단과 심기일전하여 새 담당 판사를 중심으로 올바른 재판이 진행될 수 있도록 온 힘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5·18 40주년은 짧게는 50주년을 앞두고 진상규명으로 광주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은 물론, 5·18의 희생과 광주 민주정신, 대동정신을 이 나라 이 민족의 참된 민주화와 정의, 평화통일을 향한 밑거름과 횃불로서 더욱 계승 발전시켜나가는 중요한 전환점이 돼야 할 것입니다.

기념행사도 중요하지만 오래토록 기억하고 교육시켜갈 기념비가 될 사업을 추진하기를 간곡히 바라는 바입니다. 예를 들어, 국제적으로 유명한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벤치마킹 해 도청에서 출발하여 망월동에 이르는, 광주 5·18의 주검들을 리어카에 실어 날랐던 길을 ‘망월동 가는 길’로 조성하는 것입니다. 그 길이 조성되면 국내 많은 학생들과 국민들이 길이길이 순례를 하면서 광주의 진상을 새로이 알게 되는 교육의 장이 될 것이며, 외국인들도 민주성지인 광주를 더 많이 찾고 순례를 하는 국제적인 순례코스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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