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난적
2020년 02월 07일(금) 00:00
하나의 유령이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그 유령의 이름은 ‘신종 코로나 공포’다. 불안과 공포는 바이러스보다 빠르게 전파돼 16번 확진자가 발생한 뒤 광주의 거리는 온통 ‘마스크’로 뒤덮였다. 18번·22번 확진자까지 한 가족 3명이 감염되고, 16번 확진자가 병원 등에서 306명을 접촉했다는 뉴스가 나오자 광주는 발칵 뒤집혔다.

휴대전화에는 시시각각 안전 안내 문자가 전송되고 신문은 하루 종일 관련 뉴스로 도배되고 있다. 사람들은 카톡으로 공유되는 확진자와 그 가족의 동선에 혹시나 내 동선이 겹치지 않았을까 노심초사한다. 불안 심리는 사회 전반을 위협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4월 말이나 5월 초까지 절정으로 치닫다가 6~7월이 되어서야 진정될 것”이라는 불길한 주장도 내놓고 있다.

관중들의 인기를 먹고 사는 스포츠계도 신종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았다. 프로농구와 프로배구 경기장 관중석은 텅 비어 썰렁하고, LPGA도 시작부터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 랭킹 1·2와 6위인 고진영·박성현·김세영을 비롯한 톱랭커들이 태국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혼다 타일랜드와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 잇따라 불참을 선언한 것이다.

당장 이번 달 말 개막 예정인 프로축구 K리그 구단들도 아연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1부 리그로 승격해 지역 팬들의 기대 속에 태국 치앙마이에서 동계 훈련을 하고 있는 광주FC는 ‘코로나’라는 뜻밖의 난적을 만나게 됐다. 비상이 걸린 것은 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KIA 선수단은 지난달 말 일제히 마스크를 착용하고 전지훈련장인 미국 플로리다로 출국했다. 아직 KBO리그의 개막이나 일정 축소를 고민할 단계는 아니지만 신종 코로나의 기세가 쉽게 꺾일 것 같지 않고 시범경기가 다음 달 14일로 예정되어 있어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유난히 따뜻했던 겨울. 뒤늦게 불어온 감염병 광풍이 시즌 자체를 위협할 조짐이다. 프로축구와 프로야구 그리고 올림픽까지 스포츠계 전체가 모두 낯설고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유제관 편집1부장 jk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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