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효과
2020년 01월 21일(화) 00:00
‘나비의 날갯짓처럼 작고 경미한 바람이 폭풍우와 같은 커다란 변화를 유발하는 것’을 가리켜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라 한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다음 달 미국 뉴욕에서 폭풍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과학 이론이다.

나비 효과는 과학 현상에 그치지 않고 사회·정치·경제 등 곳곳에 적용된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가 캘리포니아의 조그만 금융기관 파산에서 야기됐다는 것이 바로 그런 예다. 1914년 6월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를 찾아온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태자 부부에게 18세 청년이 총격을 가한 ‘사라예보 사건’으로 1차 세계대전(1914~1918)이 시작된 것도 나비 효과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박근혜 정권의 몰락을 부른 ‘최순실 게이트’ 역시 단순한 해외 원정 도박 사건이 단초가 됐다. 여기에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의 개입 의혹이 불거지고 비선 실세인 최순실 씨의 국정 개입과 최 씨 딸의 부정 입학,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일곱 시간 행적 등이 일파만파로 번졌다. 광화문 광장에서 켜지기 시작한 촛불은 미약한 일렁임에서 시작했지만 결국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린 거대한 ‘촛불 혁명’이 됐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4·15 총선부터 투표권이 부여되는 18세 유권자들의 선택도 주목된다. 이들은 2002년 4월 16일 이전 출생자들이다. 2019년 4월 말 기준 만 17세 인구의 규모는 53만 2295명(통계청 기준)이다. 정치권에선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당락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53만 명이 현재 전국 253개 지역구에 할당되는 수는 2100명 선에 불과하다. 투표율도 50% 선을 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2002년생들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보통신(IT)에 익숙한 실용주의 가치를 지닌 Z세대의 상징성은 크다. 이들의 적극적인 선거 참여가 극단의 대립과 갈등 구조인 한국 정치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나비 효과’를 일으키기를 기대해 본다.

/임동욱 선임기자·서울취재본부장 tuim@kwangju.co.kr

실시간 핫뉴스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