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 자율권 만큼 책임감도 막중”
검찰 수사지휘권 66년만에 폐지…광주경찰 반응
검-경 수평적 협력관계로
1차 수사 종결권 등 권한 강화
공정 수사 통해 공신력 높여야
변호사 선임 등 소송비 증가
부실 수사 땐 사건 묻힐 우려도
2020년 01월 15일(수) 00:00
“수사기관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첫걸음이라 본다. 권한보다는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

60여년 간 경찰의 숙원이었던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이 지난 13일 국회를 통과한 뒤 나온 일선 경찰들의 대체적 반응이다.

14일 오전에 만난 고인석 광주북부경찰서 수사과장은 “책임이 무겁다”며 “초기인 만큼 시민의 입장에서 더욱 공정하고 디테일하게 수사해 실수나 잡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임호진 광주북부경찰 강력계장은 “조직 내 역량 강화 등을 통해 미진한 부분에 더욱 신경 쓰고, 수사 절차도 간소화해 민원인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경찰 스스로 제복 입은 시민으로 돌아갈 때, 수사권 조정법안이 빛을 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광주광산경찰서의 한 경정은 “지금까지 검사에게만 있던 영장신청 권한을 장기적으로는 개헌을 통해서라도 경찰이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경찰도 “영장발부 여부는 판사의 고유 권한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헌법(제12조 3항)에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면서 “이 상태라면 검사의 영장 청구 권한에 가로막혀 경찰의 중요 수사가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안 중 경찰의 권한을 대폭 늘린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검찰청법 등이 연이어 가결된 이후, 경찰내부에선 공정한 수사 등을 통해 수사기관의 추락한 공신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기존 경찰이 검찰에게 ‘수사지휘를 받던 관계’에서 ‘상호 협력 관계’로 변화되고, 경찰에게 1차 수사에 자율권이 부여(1차 수사권 및 수사 종결권)되는 등 경찰의 권한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는 1954년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지 66년 만으로, 검경 관계도 그동안 ‘수직’에서 ‘수평’으로 바뀐다. 이로써 경찰은 혐의가 인정된 사건만 검사에게 송치하고,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건은 자체 종결할 수 있게 됐다.

경찰은 그동안 수사를 마치면 혐의가 인정되든 아니든 모든 사건을 검찰로 넘겨야 했다. 이 때문에 경찰에서 ‘혐의 없음’이란 수사결과가 나온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에서 다시 한번 수사를 진행하는 등 사건 당사자들이 2중의 고통을 겪어왔다.

이번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경에서 2중 조사를 받아야 했던 1년 기준 56만여 명의 불편이 해소되고, 이에 따른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연간 500억~1500억 원)도 아끼는 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기소의견으로 검찰송치된 피의자가 법정에서 방어할 여지도 커졌다. 지금까지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은 법정에서 피의자가 부인하더라도 그 증거 능력을 인정받아 왔지만, 이제 검찰 조서도 경찰 조서와 마찬가지로 ‘피고인이 그 내용을 법정에서 인정할 때만’ 증거 능력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사실상 제한이 없었던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도 제한된다. 개정안은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등 중요범죄 및 경찰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하여 범한 범죄’ 등으로 제한했다.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분명 혐의가 있는 사건인데도 경찰이 ‘혐의 없음’으로 종결할 경우 그 사건이 묻혀 버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고소·고발인과 피해자 등에게 30일 안에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고, 검찰은 경찰의 불송치 결정과 이와 관련한 기록, 관련 증거를 90일간 들여다보고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지만, 부작용도 공존한다.

이의 제기 등을 위해 피해자든 피의자든 고소인이든 경찰 조사단계에서부터 변호사를 선임하는 게 관례가 되면서 소송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검찰을 중심으로 경찰의 부실수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검사의 수사지휘와 송치 후 보강수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규명해왔는데 이제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수사권 조정 법안은 공포 6개월 뒤 대통령령으로 시행 시점을 정하도록 돼 있어 올해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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