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와 아파트
2020년 01월 09일(목) 00:00
스타벅스 1호점이 미국 시애틀에 문을 연 것은 1971년의 일이다. 당시 미국인들은 주로 저렴하고 쓴맛이 강한 베트남 로부스타 원두커피를 마셨다. 이와는 달리 창업자인 고든 보커 등은 부드럽고 향기가 뛰어나지만 가격이 좀 비싼 아라비카 원두커피를 즐겨 마셨다. 하지만 시애틀에는 이 아라비카 원두를 공급하는 곳이 없었다. 게다가 주변에 아라비카 원두 맛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들 3명은, 1만 달러씩 투자해 시장 인근에 원두·향신료·차 등을 파는 커피 전문점을 열었다.

‘스타벅’은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백경: 白鯨)에 등장하는 일등항해사의 이름이다. 커피를 유난히 즐기는 스타벅. 여기에 동업자가 3명이라는 의미에서 복수형인 스타벅스를 상호로 정했다. 스타벅스의 저 유명한 이미지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바다의 요정 세이렌을 형상화한 것이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 따르면 머리는 여자이며 몸은 새인 그녀는 뱃사람들을 현혹해 수장시켰다. 하지만 오디세우스는 미리 대처해 모면할 수 있었다. 50년이 지난 지금 스타벅스는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브랜드로, 남녀노소할 것 없이 마치 세이렌의 목소리에 홀린듯 스타벅스 문을 열고 있다.

‘분리한다’는 의미의 라틴어에서 유래된 ‘아파트’는 기원전 1세기에 등장했다. 외세나 재해 등으로부터 안전한 고대 로마의 성벽 내로 인구가 몰려들면서 그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최초의 고밀집 다세대 주택은 ‘인술라이’(insulae). 목재와 진흙 벽돌을 이용해서 지은 3층 구조물에 6~8개의 독립된 집이 있었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유럽과 북미에서 시작된 아파트 열풍은 유독 우리나라 특히 광주에서 세차게 불고 있다.

요즘 광주는 스타벅스와 아파트 천지다. 어느 순간 한 동네에 같은 ‘스벅’이 3~4개씩 들어서고, 눈만 돌리면 시멘트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가 돼 버렸다. 다양성이야말로 도시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광주는 ‘획일’의 길로 가고 있다. 광주가 점점 더 매력 없는 도시가 돼 가는 것 같아 걱정이다.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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