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선물
2019년 12월 23일(월) 04:50
옛 문헌에 자주 나오는 앵무배(鸚鵡杯)는 앵무새 부리 모양의 술잔을 말한다. 중국의 시선(詩仙) 이백은 “앵무배로, 백 년 삼만육천 일을, 하루에 모름지기 삼백 잔씩 기울이리”라고 노래했다. 앵무배는 조선 사대부들 사이에서 귀한 대접을 받은 탓에 종종 뇌물로도 사용됐다.

김풍기 강원대 교수가 펴낸 ‘선물의 문화사’에는 앵무배에 관한 다음과 같은 기록이 나온다. “어떤 임금은 신하들과 술자리를 마련하고 양껏 마신 뒤 너나없이 한데 어울려 한림별곡 같은 인기곡들을 부르며 춤을 추기도 했다. …그런 자리를 만들지 못하거나 성격상 함께 즐기지 못하는 임금이라면, 혹은 신하들을 격려하고 포상하는 차원에서 술을 대접하고 싶었던 임금이라면, 그들에게 술을 하사하시면서 선물로 앵무배 같은 것을 슬쩍 끼워서 내려 주었을 것이다.”

김 교수의 이 책에는 또 당대의 삶을 풍요롭게 이끌었던 19가지 선물에 대한 기록도 보인다. 달력과 지팡이는 ‘시절과 벗하고 싶은 마음의 징표’로, 종이·벼루·도검은 ‘사대부의 품격을 두루 살핀 가치’로 인식됐다. 차·청심환·귤 등은 ‘맛 좋고 귀한 것을 나누고 싶은 인심’을 상징한 반면 화장품·짚신·안경은 ‘의복에 담아 보내는 멋과 바람’을 의미했다.

예수 탄생을 기리는 성탄절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서양에서는 이날 선물을 교환하는 풍습이 전해 오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선물을 주고받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런 예가 아니더라도 우리 삶의 대부분은 선물로 가득 차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의 능력만으로는 살 수 없기에 누군가의 ‘배려와 애정’은 필수불가결이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정쟁을 멈추고 민생이라는 선물 보따리를 활짝 풀었으면 싶다. 증오·질시·반목의 자리에 ‘사랑’이라는 차원 높은 선물이 놓였으면 한다. 시대에 따라 선물의 기능도 달라지지만 본질은 그것에 담긴 마음과 행위의 순수함일 게다. “선물이야말로 인간의 삶을 바라보는 좋은 창이다. 그 과정에서 주고받은 선물들을 보면서 우리는 인생의 큰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박성천 문화부 부장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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