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로버트 드니로
2019년 12월 05일(목) 04:50 가가
별다른 사전 정보 없이, 감독과 배우 이름만으로 택했던 터라 영화를 보며 내내 궁금했다. 50년을 관통하는 영화에서 젊은 시절의 그들을 과연 누가 연기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로버트 드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 주연, 그리고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화 ‘아이리시맨’(The Irishman) 이야기다. 1940~1943년생 백전노장들이 의기투합한 영화는 ‘좋은 친구들’ ‘대부’ ‘원스 어펀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등 그들의 대표작을 떠올리게 한다.
20세기 미국 정치 이면에 존재했던 악명 높은 인물들과 연루된 한 남자의 시선으로, 장기 미제 사건의 대명사 ‘지미 호파 실종 사건’을 그린 영화 ‘아이리시맨’에 대해 감독은 ‘신의, 사랑, 믿음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배신에 관한 영화’라고 규정했다. 영화는 청부살인업자였던 82세 노인 로버트 드니로의 회상으로부터 시작된다. 다양한 시공간을 넘나드는 영화는 주인공들의 첫 만남으로 이야기가 점프하는데, 이때 등장한 ‘젊은 그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청춘 배우 대신 ‘젊은’ 로버트 드 니로와 조 페시가 화면에 등장해서다. 이런 모습은 나이를 되돌리는 디에이징(de-aging) 특수 효과 덕에 가능했다 한다. 배우들 또한 젊은 얼굴에 맞는 젊은 몸놀림을 보여 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오토바이 사고로 스물 넷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제임스 딘도 부활한다. ‘이유 없는 반항’ ‘자이언트’ ‘에덴의 동쪽’ 등 단 세 편의 영화를 통해 ‘불멸의 아이콘’이 된 그는 사후 64년 만에 영화 ‘파인딩 잭’에 모습을 드러낸다. 과거 영화 장면들과 컴퓨터그래픽을 혼합해 캐릭터를 만든 뒤, 다른 배우가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고 한다.
컴퓨터 기술이 만들어 낸 제임스 딘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뛰게 했던 그 제임스 딘일 수 있을까. 첨단 과학기술이 상상력과 감성을 자극하는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꼭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만은 아닌 듯해 씁쓸한 생각도 든다.
참, ‘아이리시맨’은 영화관 상영은 끝났지만 넷플릭스에서 언제든 볼 수 있다. 분명, 흥미로운 이야기에 빠져 209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것이다.
/김미은 문화부장 mekim@
참, ‘아이리시맨’은 영화관 상영은 끝났지만 넷플릭스에서 언제든 볼 수 있다. 분명, 흥미로운 이야기에 빠져 209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것이다.
/김미은 문화부장 me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