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 초암정원
2019년 12월 03일(화) 04:50
60여 년 동안 나무를 심고 가꿨다. 처음부터 유원지나 관광지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오로지 ‘낳아 주신 어머니’와 ‘길러 주신 어머니’를 위한 효심(孝心)으로 한 일이었다. 어린 묘목들은 자라 울창한 숲이 됐고, 20대 청년은 어느새 80대 할아버지가 됐다. 보성군 득량면 오봉리 초암마을에 자리한 ‘초암정원’을 가꾼 청람 김재기(80·전 광주은행 상임감사) 씨의 이야기다.

그는 여덟 살 때 어머니를 여의었다. 그리고 고향을 떠나 광주에서 대학을 다닐 때였다. 스물여덟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낳아 주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색다른’ 나무를 구해 묘소 주위에 한 그루 한 그루씩 심기 시작했다. 주로 겨울에도 잎이 지지 않는 상록 난대수종이었다.

또한 ‘사랑으로 길러 주신 어머니’를 위해서도 밭에 나무를 심었다. 허리가 굽도록 농사일을 계속하시는 어머니가 이제 그만 편히 쉬시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 산비탈에도 매년 100그루씩 편백나무를 심었다. 그렇게 60여 년간 효심으로 가꾼 초암정원은 지난 2017년 10월에 ‘전남도 민간정원 제3호’로 등록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마삭줄(덩굴나무의 일종)로 꾸며진 아치형 대문을 들어서면 호랑가시나무, 향나무, 종려나무 등이 차례로 눈에 들어온다. 마침 붉은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피라칸사스’에는 직박구리가 내려앉아 아무렇지도 않게 열매를 쪼아 먹고 있다. 요즘 정원에 산다화(山茶花)가 한창이다. 흔히 ‘애기동백’으로 불리는 산다화는 동백과 비슷하지만 다른 꽃인데, 편백나무 숲으로 올라가는 산책로 좌우에 형형색색으로 꽃을 피웠다. 색깔과 형태가 각기 다른 6종의 꽃이다. 주인장은 “개인 집으로는 (산다화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낸다. 편백나무 숲과 대나무 숲 사이로 난 오솔길은 힐링 코스다. 산 정상부에서 바라보는 예당평야와 득량만은 여행자의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

한 해의 끝자락. 보성 초암정원을 거쳐 보성읍 한국차문화공원 일원에서 열리는 ‘보성차밭 빛축제’를 만끽하고 율포 해수녹차센터를 찾는다면 이보다 더 멋진 겨울철 ‘힐링’ 나들이가 어디 있을까 싶다.

/송기동 문화2부장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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