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문제 해법
2019년 11월 28일(목) 04:50
우리나라에서 아파트는 이미 대세가 된 지 오래다. 이곳저곳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지 않은 곳이 없고, 여기저기 공사도 한창이다. 도시를 경제 성장의 수단으로 인식한 잘못된 정부 정책과 지방자치단체의 개발 우선 행정이 초래한 결과다. 저렴한 토지로 막대한 부를 챙기려는 건설업체들의 탐욕, 불·탈법을 넘나드는 만연한 투기 세력 등도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실 고층 아파트는 인구가 밀집한 도시에 적합한 시설이긴 하지만, 도처에 난립돼 도시 생명력의 근원인 ‘다양성’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개성이나 매력 혹은 정체성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시멘트 숲의 도시에서 아름다움이나 정겨움 또는 심미성이나 창조성을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따라서 이제는 아파트 문제의 본질에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노동자·빈민의 주거 형태였던 아파트는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고급 주택으로 인식되고 있다. 선진국의 도시에서는 벽·천장·현관·마당 등을 이웃과 공유해 온전히 자신과 가족만의 공간이 되기 어렵다는 이유로 아파트는 별로 주목받지 못한다. 이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아파트 인기는 단독주택 등의 경우 주거의 질이 지나치게 열악한 데서 오는 반작용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저층 주거 지역은 이제 노후·불편은 물론 우범 지역으로 전락한 상태다. 현 정부에서 그나마 도시 재생 뉴딜 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저층 주거지역이 모두 사라질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저층 주거지역, 동네 점포, 전통시장, 소공원, 골목길 등은 이제 광주에서 마치 천연기념물처럼 ‘희소성’을 갖게 됐다. 중요한 만큼 보존하고, 장려하고, 더 아름답게 만드는(재건축·조성) 데 정부와 지자체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지원해야 한다. 억지로 아파트 건설이나 분양가를 억누르는 것보다 오히려 그 반대의 주거 형태인 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에 대해 행·재정력을 집중하는 것이 아파트 문제의 해법이라고 할 것이다. 고층 아파트 개발에 대한 공공 기여를 의무화하고, 여러 채를 가진 부유층에게 높은 보유세를 부담시키는 것도 함께 검토해 볼 만하다.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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