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행위
2019년 11월 22일(금) 04:50
매년 수능 시험장에서는 사소한 실수로 인한 시험 무효 처리자가 나오곤 한다. 고교 3년 동안의 노력을 한순간에 쏟아부어야 하는 극도의 긴장감 탓일 게다. 휴대전화 소지 등의 수능 금지 행위를 하면, 부정행위로 간주돼 영점 처리되거나 사안에 따라서는 2년간 응시 자격이 박탈되기도 한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가혹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하지만 끊이지 않는 커닝을 없애기 위해 과거엔 부정행위자를 참수로 다스린 시대도 있었다.

우리나라든 중국이든 옛날엔 출세를 하기 위해서는 과거 시험을 통과해야만 했다. 한데 과거가 거의 유일한 관리 등용문이다 보니 경쟁률이 이만저만 높은 게 아니었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선비들이 많았던 이유다.

이 때문에 중국 명나라 때에는 수험생들을 일주일간 외부와 차단된 시험장에서 과거를 치르게 했다. 음식과 붓 그리고 초와 요강까지 준비해 가야 했고, 책은 절대 반입 금지였다. 그럼에도 몰래 들고 간 책을 베끼는 사람, 속옷에 답안을 써 간 사람, 예상 답지를 만두 속에 숨겨 간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청나라 때인 1657년 북경·남경 향시 때에는 부정행위자를 사형에 처했고, 1858년 북경 향시 때에는 부정행위를 공모한 대신급 시험관을 사형시킨 일도 있었다.

조선시대에도 각종 부정행위 기록이 보인다. 예상 답안지를 붓대 끝에 숨겨 가지고 온 행위는 애교에 속할 정도였다. 아예 남의 답안지를 자기 것과 바꾸는 행위, 시험 제목을 담 너머에 알려 다른 사람이 글을 쓰게 한 뒤 가져오는 행위, 시험관과 짜고 답안지에 암호를 표시해 합격하는 사례 등 부정행위의 유형은 다양했다. 그러다 보니 영조 때는 합격자 발표 다음 날 급제자들을 궁궐로 불러들인 뒤, 자기 답안지를 외우도록 함으로써 부정행위자를 색출했다.

올해 수능에서도 광주·전남에서만 10명의 학생이 부정행위로 적발됐다. 징계 수위는 교육평가원 징계위에서 결정될 것이다. 하지만 점수와 직접 관련 있는 행위가 아닌 단순 규정 위반이라면 영점 처리는 하되, 다음 해에는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채희종 사회부장 c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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