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심판계의 류현진이 되겠습니다”
[메이저리그 진출 꿈 꾸는 한국인 첫 마이너리그 심판 김재영 씨]
프로 경력없이 심판 도전
재수 끝 지난해 싱글A 데뷔
올 첫 140경기 풀 시즌 소화
“한국 심판 역사 쓴다 자부심
우리 선수들 활약 때 힘 나”
2019년 11월 20일(수) 04:50
류현진의 활약으로 많은 이들의 눈길이 쏠렸던 2019시즌. 글러브와 배트가 아닌 마스크를 들고 ‘빅리그’를 꿈꾸는 이도 있다. 우리나라 첫 미국 프로야구 마이너리그 심판, 김재영(40)씨의 이야기다.

김 심판은 광주시야구소프트볼협회의 초청으로 2019 추계 초등학교 야구대회에 참가, 주심콜을 외쳤다.

김종우 전 동국대 감독의 아들인 그는 서울 언북중, 중앙고, 대불대(현 세한대)에서 투수로 뛰었다. 보스턴 레드삭스 산하 루키팀에도 입단했지만 프로 마운드는 밟지 못했다. 심판으로 ‘프로’를 꿈꿨지만 이마저도 이루지 못했다. 2012년 대한야구협회 심판 활동을 시작한 그는 나이가 많아 KBO리그의 꿈은 접어야 했다.

프로 심판 꿈을 포기했던 그에게 광주는 터닝포인트가 됐다. 2015년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에 파견됐던 그는 트리플 A에서 심판을 했던 일본인 위원장의 이야기를 듣고, 2016년 1월 마이너리그 심판학교에 도전했다.

의욕만 넘친 그는 1개월의 교육 과정 끝에 탈락했고, 2018년 1월 두 번째 도전에 나섰다. 이번에는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또 다른 그라운드에 서게 됐다.

미국 프로야구는 루키리그, 루키 어드벤스 리그, 싱글A, 더블A, 트리플 A 그리고 메이저리그로 세분화됐다. 여기에 싱글A는 쇼트, 풀, 하이 시즌 3단계로 나눠진다.

아카데미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그는 2018년 두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싱글A 쇼트시즌에서 심판 데뷔를 했다. 올 시즌에는 풀 시즌을 소화하며 빅리그 꿈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김 심판은 “올해 처음으로 풀시즌을 치렀다. 2심제로 140경기를 했다. 올해 체력·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며 “게임수도 많고 모든 게 처음이었다. 4월 4일 시즌이 시작했는데 6월까지 헤맸던 것 같다. 적응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돌아봤다.

2심제라 마음대로 아플 수도 없는 현실이지만, 어쩔 수 없는 부상도 있었다.

김 심판은 “부상도 두 번 있었다. 한번은 포수가 잡지 못해서 158㎞ 공에 가슴을 정통으로 맞았다. 홈에 들어오던 3루 주자와 부딪혀서 뒤로 넘어져서 머리를 다쳤다”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각도 했지만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다”고 웃었다.

내일을 알 수 없는 불안한 신분도 그에게는 무거운 짐이다. 하지만 올 시즌을 잘 이겨낸 그는 내년 시즌 재계약을 약속받았다. 김 심판은 하이 시즌으로 도약을 기대하며 새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김 심판은 “매년 평가를 받고 재계약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게 되면 우리나라 심판 역사를 쓰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부심을 가지고 힘들어도 끝까지 해볼 생각이다”며 “확실히 힘이 다르다.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공도 봤다. 그래서 레벨이 올라갈 때마다 더 좋은 야구를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시즌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의 활약은 그에게 큰 힘이 되었다.

김 심판은 “많은 사람이 일본 사람이냐고 묻는다. 일본 친구들이 많이 도전을 했고 이곳에서 한국은 많이 생소하다. 우리나라 대표라는 생각에 더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고 자부심도 있다”며 “올해 류현진, 최지만 선수 등이 잘해줘서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웃음). 좋은 활약 해줘서 많이 뿌듯했다. 한국 선수와 심판이 만나는 순간을 상상하면서 그런 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웃었다. /김여울 기자 wool@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