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립미술관 야외 조형물 여성비하 논란
2019년 10월 09일(수) 04:50
녹색당 광주시당 철거요구 성명서…미술관·작가 “비하 의도 없다, 철거 안할 것”
광주시립미술관 야외에 설치된 작품에 대해 특정 단체가 ‘여성비하’를 주장하며 철거를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미술관과 작품을 제작한 작가는 예술가의 창작의도를 이해하지 못한 의견으로 철거는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작품은 미술관이 지난 2016년 구입해 설치한 공공미술 작품 ‘애인의 무게’다. 벤치형 조형물인 이 작품은 명품 가방을 들고, 여우 목도리를 두른 여성이 환하게 웃는 모습과 남성이 쓴웃음을 지으며 땀을 흘리는 모습을 익살스럽게 표현했다.

녹색당 광주시당은 8일 성명서를 내고 “이 작품이 여성을 과소비를 일삼는 대상으로 비하하고 있으며 이는 곧 여성혐오의 대표적인 말 ‘된장녀’를 연상시킨다”며 “여성을 왜곡된 이미지로 비하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성차별적인 행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작품 철거가 진행되지 않으면 16일 시위를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술관측은 “이 작품은 황금만능주의 시대를 풍자하는 공공미술”이라며 “예술가의 창작의 자유를 제한하는 철거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작품이 어린이미술관 인근에 배치돼 있는 데 대해 적합치 않다는 일부 의견도 있어 내년 미술관 옥상에 조성 예정인 조각 공원으로 작품을 옮길 계획을 검토중이다.

작품을 제작한 김숙빈 작가는 “현실을 대변하는 공공미술 작품을 주로 제작해왔는데 ‘아빠의 무게’와 함께 제작된 이 작품은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이 아니라, 물질 만능주의 시대를 풍자적으로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기능적 작품”이라며 “작품 의도와 달리 이런 문제 제기가 들어오는 것에 대해 작가로서 향후 작업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어 착잡하다”고 말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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