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김진구 일신중 교감] 개선된 학교 폭력 법률
2019년 10월 08일(화) 04:50
예전에 나팔바지 입고 왔다껌 씹으면서 주먹깨나 썼던 청소년들의 활동 공간은 만화방, 풀빵집, 제과점, 영화관 등이었다. 머무는 지리적 장소가 한정되어 있었다. 생활지도 교사들이 이러한 곳으로 교외 지도를 나갔다. 쉽게 말해 노루목을 지키면 모이는 것을 차단하거나 붙잡을 수 있었다.

지금은 물리적 공간 보다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사이버 공간에서 여러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무심코 쓰고 있는 손 안의 작은 휴대폰은 생각할수록 참 신기한 물건이다. 온갖 재미있는 게임, 검색만 하면 알려주는 상세한 정보, 실시간 양방향 통신이 또 다른 세상을 만들고 있다.

지난달 다른 학교에 다니는 두 중학생이 SNS에서 다투다가 ‘맞짱’을 뜨려고 만났는데 구경하러 온 학생들이 70여 명이었다고 한다. 신고를 받고 급파된 경찰이 100여 명이었는데 한 언론에서 ‘중학생 70명, 경찰 100명 대치’로 제목을 뽑아 순간 전국 이슈가 된 일이 있었다. 노래방에서 초등학생 한 명을 일곱 명의 중학생이 폭행하여 피범벅이 된 모습이 적나라하게 공개되어 형사 처벌을 받지 않고 보호 처분을 받게 되는 촉법소년(10세 이상 13세 미만)의 나이를 더 낮춰야 한다는 여론이 많아지고 있다.

연초에 예고된 ‘학교 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지난 8월 일부 개정되었다. 많은 교원들이 관심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었다. 학교 폭력을 예방하고 근절하기 위해 2004년 이 법률이 제정된 이후 몇 차례 일부 개정이 있었으나 그 근간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2020년 3월 1일부터 시행(일부 조항은 9월부터 바로 시행)되는 이번 일부 개정안은 현장의 의견이 상당히 반영된 개선안으로 보인다. 독자들 중에는 초·중등학생이 있는 가정은 물론이고 친인척, 직장 동료나 이웃의 자녀가 학교 폭력의 피해자 또는 가해자로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기에 딱딱한 내용이지만 개정안을 공유하기 위해 정리해 보았다.

‘학교 자체 해결 제도’를 신설하였다. 피해 학생 및 보호자가 학폭위 개최를 원하지 않고 ‘2주 이상의 신체적·정신적 치료를 요하는 진단서를 발급받지 않은 경우, 재산상 피해가 없거나 즉각 복구된 경우, 학교 폭력이 지속적이지 않은 경우, 학교 폭력에 대한 신고, 진술, 자료 제공 등에 대한 보복 행위가 아닌 경우’ 이 네 가지 조건이 모두 만족하면 학교 전담 기구의 확인·심의를 거쳐 학교장이 자체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9월부터 바로 시행되고 있는 이 제도는 매우 교육적인 조항이라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학폭위 조치에 대해 은폐나 축소의 시비가 많았는데 앞으로 학교장이 교육적으로 자체 해결하는 경우 더 늘어날 것으로 예견된다. 이에 따라 자체 해결 후에도 피해 학생 측에서 학폭위 개최를 요구하면 다시 학폭위를 열도록 보안책을 마련했다.

지금까지 많은 학교 폭력 사안들을 학교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매우 경미하게나 이미 학생, 보호자 간에 화해하고 잘 지내는 경우라도 학폭위를 개최하는 사례도 있었고, 직무 유기 등 예상하지 못한 경우를 대비한 경우도 없지 않았다. 학폭위가 열리면 학부모의 학교 방문 발걸음은 천근만근이고, 피해 학생이든 가해 학생이든 학폭위에 출석한다는 것 자체가 또 다른 마음의 상처이다.

학폭 사안을 심의하기 위해 학교에 두었던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를 폐지하고 각 교육지원청에 ‘학교폭력대책 심의위원회’를 설치하여 이관하게 된다.

전문성을 높이고 일관성 있게 처리하여 가해·피해 학생 조치에 대한 불만과 불복을 줄이기 위함이다. 급증하고 있는 학교의 학폭 업무가 조금 덜어질 것으로 보인다.

학생 불복 절차를 일원화하여 조치에 불복할 경우 교육청에 ‘행정 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지금까지는 피해 학생은 시·도청에 설치된 ‘학교폭력대책 지역위원회’, 가해 학생은 교육청의 ‘학생징계 조정위원회’에 재심 청구를 하였으나 앞으로는 바로 행정 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여 불복 절차를 일원화·간소화하였다.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다니는 학생이 늘어가고 있다. 가장 큰 고민이 점심을 함께 먹을 친구가 없다는 학생도 있다. 피해 학생이었다가 가해 학생이 되는 사례도 있다. 교사가 가르치는 일 못지않게 보살피는 손길이 더 필요한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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