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미제 사건 관련 경찰청의 ‘이상한 지침’
2019년 09월 23일(월) 04:50
33년간 드러나지 않았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를 경찰이 찾아낸 이후 다른 장기 미제 사건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에서도 용봉동 여대생 알몸 테이프 피살 사건(2004년 9월 14일)과 나주 지석강 40대 여성 속옷 변사체 사건(2008년 9월) 등 아직 해결되지 않은 사건이 많기 때문이다.

한데 최근 경찰청은 이해하기 힘든 지침을 전국 지방 경찰청에 내려 보냈다고 한다. “언론에 장기 미제 사건은 건수 외엔 일체 알려주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도대체 사건 해결에 대한 경찰의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처럼 미제 사건 해결에는 제보 한 건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한데 오히려 경찰청이 직접 나서 미제 사건을 숨기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여서야 되겠는가. 경찰청 미제 사건 담당자는 광주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강력 미제 사건의 경우 언론 보도가 나오면 피의자가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미제 사건 공개거부 이유를 밝혔다니 참 어이가 없는 일이다. 수십 년간 피의자를 밝혀내지 못한 마당에 무슨 피의자 도주 우려가 있다는 것인지….

광주·전남 경찰청의 미제 사건 전담 인력이 각각 3명씩에 불과해 수사에 한계가 있다는 점과 일선 경찰서에서 수사하던 미제 사건이 지방청의 전담팀으로 넘어가는 데 5년이나 걸리는 것도 문제다. 사건 발생 후 5년이 경과해야만 사건 기록과 증거물이 전담팀으로 넘어가는 탓에 증거 훼손 등으로 사건 해결이 쉽지 않은 것이다.

2000년 이후 광주·전남에서 발생한 강력 미제 사건은 총 18건(광주 11건, 전남 7건)이나 된다.

경찰은 수사 인력을 보강하고 이들 미제 사건 해결에 총력을 기울여 ‘죄 짓고는 숨을 데가 없다’는 사실을 확실히 각인시켜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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